# 한 회계사무소장 A씨는 2015년 사무소 직원이 육아휴직에 들어가자 대체 인력을 채용했다. 약 3년이 지난 뒤 A씨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출산육아기 고용안정 장려금을 신청했다. 이 장려금은 비정규직 여성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한 경우 사업주가 지원받는 돈이다.
그 후 A씨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신청 후 시일이 꽤 흘렀지만 장려금이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알고 보니 서울노동청은 신청서에 적힌 계좌가 아닌 A씨의 다른 계좌로 장려금 630여만원을 보냈다.
장려금이 송금된 계좌는 2014년 A씨가 같은 장려금을 받았을 때 쓰인 계좌였다. 그러나 이 계좌는 2018년 채권자에게 압류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상태였다. 이에 A씨는 신청서에 명시한 계좌로 장려금을 다시 받겠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서울노동청이 장려금을 다시 지급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노동청을 상대로 “고용안정 지원금을 지급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에서 A씨는 고용노동부 고시가 고용안정 장려금을 ‘지급신청서상의 은행 계좌’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위법령인 고용보험법 등은 고용안정 장려금이 ‘해당 사업주’에게 지급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고용노동부 고시는 장려금의 지급 절차를 통일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방법을 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민사집행법상 예금채권의 압류란 처분 등을 금지하는 것일 뿐 채무자의 재산으로 ‘귀속’되는 것까지 박탈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그러면서 “A씨 계좌로 장려금이 송금된 이상 압류로 인해 그 돈을 출금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A씨에게 고용안정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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