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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만파식적] 가이 포크스




1605년 11월5일 영국 런던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터졌다. 의회 개원식에 참석할 왕 제임스 1세와 가족, 의원들을 몰살시키기 위해 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궁 지하에 대규모 폭약을 설치한 일당들이 행사 시작 직전에야 체포된 것이다. 이들은 의사당 인근의 가정집을 빌려 의사당 지하로 연결하는 땅굴을 팠을 정도로 대담했다. 이 범죄의 주동자가 요즈음 시위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괴상한 수염 가면의 ‘가이 포크스’다.

열렬한 가톨릭 신자였던 포크스는 후손이 없던 엘리자베스 1세로부터 잉글랜드 왕권을 넘겨받은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1세가 가톨릭 탄압정책을 펼치자 이를 막고자 음모를 꾸몄다. 당시 영국에서는 종교개혁 물결 속에 로마가톨릭에서 분리된 성공회·가톨릭·청교도(장로교) 등이 세력 다툼을 벌였다. 이후 영국은 제임스 1세의 아들, 손자대에 걸쳐 의회와 왕권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 끝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현대식 민주주의를 일궈냈다. 매년 영국에서 11월5일을 ‘가이 포크스 데이’로 지정해 가면을 쓰고 포크스 인형을 태우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세월이 흐르면서 포크스가 실패한 테러리스트라는 사실은 잊혀지고 오히려 폭정에 맞서 대담하게 싸웠다는 투사의 이미지만 남았다. 그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쏟아졌고 가이 포크스 가면을 그린 만화도 나왔다. 2005년 이 만화를 각색해 만든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가 상영되면서 저항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됐다.



권력을 남용한 이들의 웹사이트를 다운시켜 유명해진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도 로고이자 상징으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사용한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단체가 미국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다시 세상에 등장했다. 어나니머스는 미국 경찰의 수많은 범죄를 찾아내 폭로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이번 시위의 진앙지인 미니애폴리스 경찰청 웹사이트가 다운된 것도 이들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된다. 가이 포크스의 힘이 미국의 인종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못 궁금하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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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1 14:25:10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