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무대 달구는 굿판…국립극단 '하지맞이 놀굿풀굿'

‘우리연극 원형 재발견’ 프로젝트 ‘굿’ 모티브로

연극 ‘불꽃놀이’‥망자 넋 위로 '진혼굿'서 착안

홀로 살아남은 자의 아픔·치유 과정 그려내

인간-신 매개 '연행자' 콘셉트 퍼포먼스 세편도

국립극단의 ‘하지맞이 놀굿풀굿’에서 선보일 창작 신작 ‘불꽃놀이’/사진=국립극단




“겨우 나만 살아서 잘 수도 먹을 수도 웃을 수도 없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네 친구들과 밤새워 놀고 돌아가던 새벽, 사고가 난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이 남았다. 스무 살의 기억에 갇힌 채 죽은 듯 살아가는 희수, 그리고 혼수 상태에 빠져 산 듯 죽어 있는 세영이다. 오는 18일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개막하는 창작 신작 ‘불꽃놀이’는 두 사람의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망자와 생존자의 경계를 허문다. 홀로 죽음을 피한 희수에겐 그날의 사고가 아직 끝나지 않은 불꽃놀이요, 끝없는 부채감이다. 친구들의 영혼을 놓아주기 위해, 끝나지 않은, 아니 끝내지 못한 불꽃놀이를 정리하기 위해 희수는 그날을 다시 마주한다. 불꽃의 잔상을 어둠으로 지워내는 것은 곧 친구들의 영혼을 놓아주는 일이다.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굿’이다. 굿이 가진 날 것 그대로의 이미지가 아닌, 시공간을 초월한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으로의 굿을 무대에 펼쳐낸다. 10명의 배우가 다양한 시공간과 인물을 오가며 환상과 실재 사이의 경계를 헝클어트린다. 산 자가 죽은 자의 영혼을 놓아준다는 콘셉트는 죽은 사람의 넋을 달래어 위로하는 진혼굿의 서사에 착안했다.

불꽃놀이는 국립극단이 한국적 연극성을 재발견하기 위해 2018년 시작한 ‘우리 연극 원형의 재발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기획의 올해 타이틀은 ‘하지(夏至)맞이 놀굿풀굿’이다. 무속 신앙이자 연희인 ‘굿’을 주제로 창작 신작인 불꽃놀이와 세 편의 쇼케이스, 부대행사를 선보인다.



불꽃놀이는 ‘우리 연극 원형의 재발견’ 프로젝트가 쇼케이스 아닌 정식 공연으로 관객과 만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불꽃놀이는 한국 전통예술의 요소를 찾아 발전 가능성을 시도했던 지난 2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연극, 뮤지컬, 창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가이자 드라마투르그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정이 극을 쓰고, ‘억척가’, ‘사천가’ 등 현대연극과 전통연희를 접목하는 작업으로 정평이 난 남인우가 연출했다. 남 연출은 “이번 공연은 대본을 바탕으로 즉흥을 통해서 장면을 구축했다”며 “희곡을 바탕으로 한 논리적 글쓰기와는 다른 시도를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쇼케이스에서 선보일 세 편의 작품은 ‘연행자’의 개념을 차용했다. 연행자는 전통 굿에서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자를 일컫는 말로, 보통 무당이 그 역할을 한다. 배우 문민형, 전통연희자 김솔지, 미디어아티스트 고동욱 등 세 명의 연행자는 ‘연굿 演 ,Good’, ‘선무당, 연극 잡는다’, ‘당클매다’ 등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로 연극과 관객을 잇는 실험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공연 종료 후 열리는 부대행사 ‘뒷전풀이’도 기대를 모은다. 굿판에 모인 모든 잡귀와 잡신들을 잘 먹여 보내는 굿의 마지막 의식에서 가져온 제목으로, 함께한 모든 이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브이제잉(Vjing)과 디제잉(Djing)이 결합된 공연으로 꾸민다. 자세한 일정과 예매 정보는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