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제도 도입과 관련해 “당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며 논란을 일단락했다. 그런데 “일자리를 갖지 못한 청년은 소득을 보장해주자”며 제한적 시행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김 위원장이 ‘밥’도 아닌 ‘빵’ 먹을 자유를 거론하며 기본소득을 띄우고 더불어민주당을 떠나는 ‘이남자(20대·남자)’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종인 “일자리 없는 청년, 소득 보장해줘야” |
지난 3일 김 위원장은 “빵을 먹고 싶은데 사 먹지 못하면 무슨 자유가 있느냐”며 기본소득을 암시하는 발언을 던져 정치권을 달궜다. 그런데 하루 만에 “시기상조”라며 진화하고는 “검토는 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공지능(AI) 발달과 고도의 기술 발전으로 기계가 사람을 대체했을 때를 가정한 이론이라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발언은 이 다음이다.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기본소득은 고용되지 않은 사람들,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일자리를 갖기 전에 어느 정도 소득을 보장해줘야 하지 않느냐. 이건 기본소득과는 다르다”고 했다. 청년에 대한 소득보장 정책은 가능하다는 말이다.
기본소득이 거론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청년 실업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4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9.3%로 중장년 실업률(4.2%)을 두 배 이상 웃돈다. 체감 실업률은 26.6%로 네 명 중 한 명이 취업하고자 노력해도 실패하고 있다. 체감 실업률 통계 작성 이래로 최고치를 찍었다.
빵 먹을 자유, 통합당의 ‘이남자’ 끌어들이기 |
관련기사
김 위원장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굽는 걸 보고, 먹고 싶은데 돈이 없기 때문에 먹을 수가 없다. 그런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통합당의 한 보좌진은 “밥도 아닌 왜 빵이겠느냐. 청년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청년 기본소득이 정치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기도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에 걸쳐 만 24세 청년(2019년 약 17만 5,000명) 개인에게 분기당 25만 원, 연 100만 원을 지급하는 청년 기본소득제도를 진행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주고 만족도를 조사해보니(2019년 9월·청년 3,500명 대상·:95% 신뢰 수준 ±1.6%포인트) 청년의 80.6%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60.3%가 삶에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62.29%가 ‘국가·지자체 역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응답하면서 정치에 대한 인식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지난 4·15총선에서 ‘이남자’의 표심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도 나타났다. 2016년 20대 총선 직후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20대 남성은 통합당 전신인 당시 새누리당(12.5%)보다 민주당(47.5%)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의견이 3배에 달했다.
그런데 이번 총선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선 20대 남성의 40.5%가 지역구 투표에서 통합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으로 좁히면 6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통합당 입장에서 ‘청년’은 놓칠 수 없는 키워드다.
통합당은 이에 맞춰 청년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4선 홍문표 의원은 정부조직에 ‘청년청’을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시기를 보내는 청년들은 소득도 없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어 소득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