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장윤실 작가가 소녀상 원작자인 김운성 작가와 저작권 분쟁을 원만하게 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장 작가는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요소를 수정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동상을 제작하는 등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소녀상을 둘러싼 두 작가의 분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 작가는 5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앞선 보도들에 과장된 측면이 많다”며 “김 작가의 권리를 존중한다”고 거듭 밝혔다. 자신의 작품으로 인해 저작권이 침해됐다는 김 작가의 문제 제기를 일단 존중한다는 것이다.
장 작가는 저작권 분쟁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저작권 분쟁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 중이지만 아직 확답을 드릴 단계는 아니다. 새로운 이미지를 다시 고안할 수도 있고 문제가 되는 일부분을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론보도에서 장 작가가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알려진 것과 다른 부분이다.
그는 태백 소녀상이 원작을 닮게 된 이유에 대해 불가피한 측면이 일부 있었다고 해명했다. 태백소녀상추진위원회에서 요구한 일부 사항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김 작가의 동상과 더욱 닮게 됐다는 것이다. 장 작가는 “원래 최초의 내 기획에는 왼쪽 어깨 위의 새가 들어가지 않았다”며 “디자인을 의뢰한 추진위 측에서 새를 넣어달라고 했고 그것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다 태백 탄광촌의 카나리아라는 지역성을 살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작 소녀상 어깨 위의 새를 근거로 태백 소녀상과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혔다. 양호길 안암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새가 어깨 위에 오른 것은 일반적인 표현 방식은 아니기에 태백 소녀상이 원작에 기반해 만들었다는 사실의 강력한 증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태백시 측에서는 제조 방법 등이 다르다고 하지만 저작권 침해에서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미감이나 느낌”이라며 “두 작품이 대략 80~90% 정도 동일해 보여 저작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앞서 김 작가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자신을 향한 의혹에 대해 “소녀상 어깨 위의 새, 들린 뒤꿈치, 소녀가 어디에 앉아 있는지는 곧 그 작가의 고민과 그간 살아온 삶을 반영한다”며 “태백 소녀상을 만든 작가들의 앞선 작품들과 발자취를 볼 때도 태백 소녀상을 그들 고유의 창작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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