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지난주 뉴욕 증시는 고용지표 호조 등에 힘입어 상승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6.81% 급등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4.91%, 3.42% 올랐다.
시장은 미국의 고용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 노동부는 지난 5월 실업률이 전월 14.7%에서 13.3%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19.5%)보다 훨씬 낮았다.
또 비농업 부문 고용은 251만명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833만명 감소)와 달리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노동시장 참가율도 60.8%로 전월보다 0.6% 포인트 상승하는 등 지표가 전반적으로 예상과 달리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시 해고 상태였던 근로자들이 예상보다 빨리 일터로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사상 최악 상황이던 미국의 고용시장이 이미 저점을 지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 재개 이후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금융시장의 기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고용지표에 반색하면서 경제가 V자형보다 빠른 ‘로켓십’ 반등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6월 고용지표는 더욱 개선될 것이라면서 미 경제가 3·4분기~4·4분기에 연율 기준으로 20%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도 항공사나 산업주, 금융주 등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분야의 주가가 뚜렷한 강세를 나타냈다. 시장의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부상했던 미국과 중국 간 갈등과 관련해서도 다소 안도할 수 있는 소식이 나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무역합의를 상당히 잘 이행했다”며 “지난 수주간 중국이 미국 상품을 상당히 많이 구매했다”고 밝혔다.
◇채권시장
미 국채 가격은 5월 고용이 감소했을 것이란 시장 예상과 달리 깜짝 증가해 큰 폭 하락했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뉴욕 채권시장에서 지난주 10년 만기 수익률은 25.3bp 올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통화 정책에 특히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의 주간 상승폭은 5.8bp였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지난주 27.2bp 뛰어올랐다.
점진적인 경제 재개 속에서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최근 투자자들의 기대를 키우는 결과여서 미 국채수익률은 5월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상승 폭을 더욱 키웠다. 이미 미 국채시장은 미국 경제가 재개로 탄력을 받은 뒤 어떤 회복세를 보일지 기대하며 하락세를 이어왔다. 아바트레이드의 니암 아슬람 수석 시장 전략가는 “미국 실업률이 시장 예상보다 대폭 낮은 수준이어서 모두에게 충격을 줬다”면서 “투기세력들이 20%를 점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이며 경제가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랜트 쏜톤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재고용되면서 일시적 해고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좋은 소식”이라며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뉴스지만, 경제는 매우 침체한 수준에서 벗어나고 있고 지출 지표는 여전히 매우 깊은 불황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시장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지난주 1.38% 내렸다. 주간 기준 3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낸 것이다.
유럽연합(EU)이 7,500억유로의 코로나19 회복기금을 제안한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BC)이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6,000억 유로 증액하기로 하면서 유로화 강세가 이어졌다. 유로는 이번 주 2% 가까이 올랐으며 3주 연속 상승했다. 골드만삭스의 자크 판들 글로벌 외환 공동대표는 “EU 위원회와 ECB가 유로존 경제 전망을 둘러싼 꼬리 위험을 줄였다”며 “유럽 기관들이 불안전한 재정 정책 구조를 바로 잡기 위해 중요한 변화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역외시장에서 위안화는 내렸다. 코메르츠방크의 하우 저우 분석가는 “긴장 고조 속에서 1단계 미중 무역합의가 종료되지 않는 한 위안화는 단기적으로 달러 대비 횡보세를 보일 것”이라며 “달러-위안은 핑퐁 모드인 미·중 관계로 인해 방향성이 없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 달러-위안 목표치로 7.10을 제시했으며 내년에는 높은 부채와 더딘 개혁 진전과 같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불균형으로 더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유시장
지난주 국제유가는 미국 고용지표 깜짝 호조와 산유국의 감산 합의 연장 기대로 큰 폭 상승하며 배럴당 40달러 선에 육박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한 주 동안 배럴당 11% 이상 급등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산유국 감산 합의 관련 소식에 주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산유국 연합)은 하루 970만 배럴의 대규모 감산을 7월 말까지 한 달 더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이라크 등 감산 합의를 지키지 않았던 국가가 준수를 약속하면서 합의가 급물살을 탔다.
미국 항공사들이 국내선 운항을 늘리고 있는 점과 멕시코만 지역에 열대성 폭풍 크리스토발이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유가 상승을 거든 요인이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원유 수요의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프라이스 퓨처 그룹의 필 플라얀 연구원은 “OPEC과 미국의 실업 감소가 시장을 부양했다”면서 “항공유 수요도 증가하면 원유재고가 점점 줄어들 수 있다는 희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전망(8~12일)
이번 주(8~12일) 뉴욕증시는 미국 등 세계 경제의 회복 기대로 강세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나 수익률 곡선 제어 등 새로운 대책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한층 강화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주 장중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가 수준만 보면 코로나19 충격을 지워낸 셈이다. 특히 지난주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큰 폭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서 위험선호 현상이 더 명확해졌다.
이번 주 발표될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5월 고용지표와 궤를 같이해 감소 흐름을 보일 경우 투자 심리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WSJ 집계에 따르면 주간 신규 보험 신청자는 160만명으로 지난주(약 188만명)보다 줄었을 것으로 예상됐다.
6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의 개선 여부도 중요하다. 7일 발표될 중국의 5월 무역수지도 글로벌 경제의 회복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오는 9~10일에 열리는 연준 FOMC도 주목된다. 새로운 부양책 기대는 크지 않지만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의 변화나 수익률 곡선 제어 정책이 도입될 가능성은 거론된다. 연준이 초저금리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경우 투자심리에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4월 FOMC 의사록을 보면 연준은 특정한 기간이나 경제 지표 수준을 제시해 통화정책 전망을 명확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연준이 시장 금리를 직접 제어하는 것도 무제한 양적완화와 유사한 만큼 위험자산 투자에 긍정적일 수 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