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7만원을 받으면서 부동산 매매는 물론 경매도 배울 수 있습니다. 토지를 판매하면 대금의 10%를 수당으로 지급합니다.”
국내 최대 공유지분 기획부동산 업체인 우리경매가 전화상담 직원들을 채용할 때 제시한 조건이다. 직원들은 이 같은 조건에 매혹돼 입사했지만 우리경매는 다단계 방식으로 토지 공유지분을 파는 회사로, 경매와는 무관했다. 개발예정지 인근 지역에서 개발 가능성이 없거나 희박한 토지를 싼값에 사들여 직원들에게 4배 가격에 팔게 했다. 직원들에게는 해당 토지의 개발 가능성이나 가치가 매우 높다는 말로 현혹했다. 직원들은 회사의 말만 믿고 토지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다. 회사로부터 받은 급여액보다 더 큰 액수의 토지를 매수한 직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제1형사부(항소부·박현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이처럼 무등록 다단계 판매업을 영위하며 직원을 포함한 피해자 51명에게 쓸모없는 토지 5곳의 공유지분을 팔아 6억1,297만원을 교부·편취한 혐의(사기 및 방문판매법 위반)로 이 회사 이사장 황모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총괄사장인 노모씨에게 징역 2년, 광주지사장 박모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2심 형량은 1월에 나온 1심보다 일괄적으로 상향됐다. 1심에서 황씨는 징역 1년6개월, 노씨·박씨 징역 1년이 선고됐다. 앞서 피고인들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전원과 합의해 피해액을 변제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심 재판부가 이들의 죄질이 무겁다고 보고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가치가 거의 없는 땅을 헐값에 산 다음 이를 관련 지식이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마치 큰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처럼 속여 비싼 값에 팔았다”며 “그 차익을 편취하는 일을 주업으로 했던 것으로 보여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적극적으로 막고 방해한 사실도 드러났다. 수사가 진행되면 각 지사의 ‘바지사장’을 대표자로 내세워 수사받도록 하는 한편 관련 증거를 인멸하고 관련자들의 진술을 조율했다. 심지어 피고인들의 공범은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을 진정하는 등 수사 방해 행위도 감행했다.
이번 판결로 십수만명으로 추산되는 기획부동산 공유지분 매수자들의 민형사상 대응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사기로 판명된 필지 5곳의 지분 소유자만 해도 대법원 등기소 기준 1,866명이다. 우리경매는 10여년간 수백여 필지의 공유지분을 팔아왔다. 케이비경매·코리아경매·신한경매 등도 우리경매와 토지를 공유해가며 팔아온 회사다. 공유지분 기획부동산들의 판매액은 연 1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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