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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은 어디갔나요", 손정의 비전펀드의 추락

창사 이후 처음으로 직원 구조조정..15% 감원

'위워크' 투자 실패로 대규모 적자

코로나19로 경영난 심화

2호 비전펀드 자금 조성도 난항..규모 축소될 듯

작년 7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만남을 가지는 장면/사진=연합뉴스




작년 7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당시 손 회장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인공지능(AI) 투자의 중요성을 설파한 후, 곧바로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으로 이동해 재계 총수들을 한꺼번에 만났습니다. 당시 만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 등이 함께 했습니다. 취재진의 열기도 대단했습니다. 취재기자뿐만 아니라 사진기자까지 수십명의 취재진이 몰려 손 회장이 나타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습니다. 그만큼 손 회장의 영향력은 컸습니다. 당시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경제제재를 가하면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던 때라 재계 총수들은 손 회장께 해결사 역할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손 회장은 향후 AI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공동투자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손 회장이 조성해 운영하는 비전펀드에 주요 기업들이 출자자로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손 회장이 두 번째 비전펀드 조성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손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요즘 심상치 않습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비전펀드 조직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런던에 위치한 비전펀드운영사인 소프트뱅크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 직원 약 500명 중 15%를 줄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투자기업의 가치가 급감한 것이 대규모 감축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지난 2017년 소프트뱅크(281억 달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450억 달러)가 공동으로 투자해 1,000억 달러(약 121조 7500억원)규모로 출범한 비전펀드는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인 ‘우버’와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를 비롯한 성장기업에 잇따라 투자하며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비전펀드 1호는 위워크와 우버를 포함해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유명한 반도체 설계회사 ‘엔비디아’,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 로봇개발회사 ‘브레인코프’,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나우토’ 등 88개 기업에 투자했습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위워크 사무실 /AP연합뉴스


하지만 위워크가 기업공개(IPO)에 실패하고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와중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큰 시련을 맞게 됐습니다. 지난 2018년 위워크의 매출액은 18억 달러인데 순손실은 무려 19억 달러에 달하는 등 만성적자 상태입니다. 특히 최근 위워크는 경영난이 심화 되면서 지점 수를 줄이는 등 전 세계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와중에 한국에서는 임대인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합니다. 손 회장은 작년 실적발표 자리에서 “위워크 투자는 어리석은 일이었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투자 실패 등으로 올 1·4분기에 1조4,381억엔(약 16조5,000억원) 적자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알리바바 지분을 팔아 1조2,500억엔(약 14조원)을 조달했으며, 미국 3위 통신사인 T모바일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출범한 2호 펀드 조성도 규모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출자로 1,080억달러 규모의 2호 펀드를 설립할 계획이었으나 손 회장은 최근 비전펀드 2호의 자금 조성이 순조롭지 않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계획을 변경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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