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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의 ‘공포’와 마주한 文대통령...현직 경찰청장은 사과

文 6.10 민주항쟁 기념식 참석

고문현장 대공분실에서 열려

박종철 열사 물고문 현장 찾아

공포와 고립감을 주기위한 설계

민주주의 유공자에게 모란장 친수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이곳은 남영동입니다. 남영역 기차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한때 ‘남영동 대공분실’로 불리던 악명 높았던 곳입니다”(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현장인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을 찾았다. 권위주의 시대 고문과 인권 탄압, 그리고 살인의 현장이다. 경찰은 당시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두고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 라는 희대의 망언을 남겼다.

이날 이 곳에선 33주년 6.10 항쟁 기념식이 열렸다. 슬로건은 ‘꽃이 피었다’였다. 4.19 혁명, 부마 민주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맥을 이어 우리의 민주주의가 결국 꽃을 피웠음을 의미한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이 열린 10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외벽의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자리에 꽃이 달려 있다. 509호 조사실은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아 숨진 곳이다./연합뉴스


공포의 상징인 남영동 대공분실 5층 조사실의 외벽에도 이날 꽃이 피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선 스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과 함께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을 당한 현장을 둘러봤다.

대공분실은 고립과 공포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유동우 민주인권기념관 관리소장은 “(대공분실의) 모든 문은 5층 조사실 안에 들어갈 때까지 철문으로 되어 있어서 마찰음과 그 굉음이 눈을 가린 상태에서 들으면 아주 공포스럽다”고 설명했다.

정문을 통과한 문 대통령 내외는 1층에서 5층으로 이어지는 나선형 형태의 가파른 계단을 마주했다. 유 소장은 “이 나선형 계단은 72 계단으로 되어 있고 세 바퀴를 돌게 되어 있다”면서 “물론 눈을 가린 상태로 끌려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수사관들은 민주화 운동을 한 대학생들의 옷깃을 잡거나, 옷이 없는 경우 머리 끄뎅이를 잡고서 5층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에게 다가가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어 박종철 열사가 숨진 509호 조사실에 도착해 물고문의 현장인 욕조를 지그시 내려다 봤다. 김 여사는 안개꽃과 카네이션, 장미꽃으로 만들어진 꽃다발을 헌화했다. 이 꽃다발은 김 여사가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꽃들을 감싼 무명손수건은 박종철 열사와 항쟁의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쳤던 평범한 국민들에게 바치는 헌사의 의미”라면서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은 작은 꽃다발에 거대한 민주주의의 물결을 이루어낸 평범한 국민들의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을 찾아 박종철 열사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연합뉴스


대공분실에 직접 끌려가 고문을 당했던 지선 스님은 당시 당한 폭행의 경험 등을 대통령 내외에게 설명했다. 듣고 있던 김 여사는 “에효”라고 한숨을 쉬며 천장을 올려다 봤다. 지선 스님의 말을 경청하던 문 대통령도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여러 가지 무너뜨려버리는 거죠”라면서 “경찰에서 이곳을 민주인권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내놓은 것도 큰 용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509호 조사실을 나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박종철 열사의 형인 박종부씨와 민갑룡 경찰청장과도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민 청장에게 현직 경찰청장으로서 공개적인 사과를 당부했다. 이에 민 청장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이곳을 경찰의 역사로 지정해 새로 경찰이 된 모든 사람들이 반성하고 성찰하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10일 정부가 서울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를 포함한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사진은 6·10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 국민훈장 모란장 수여자들.(윗줄 왼쪽부터) 고 이소선, 고 박형규, 고 조영래, 고 지학순, 고 조철현, 고 박정기, (아랫줄 왼쪽부터) 배은심, 고 성유보, 고 김진균, 고 김찬국, 고 권종대, 고 황인철/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아울러 이날 기념식에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 등 민주화 운동가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을 한 명 한 명 직접 호명하기도 했다. 정부가 6·10 항쟁 기념식에서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단체로 훈포장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여사 외에도 고 박형규 목사, 고 조영래 인권변호사, 고 지학순 주교 등의 민주화 운동 업적이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만큼 오기까지, 많은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며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들께 훈포장을 수여한다. 한분 한분, 훈포장 하나로 결코 다 말할 수 없는, 훌륭한 분들”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가 지도자들에게는 묵직한 당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국가는 국민의 삶을 위해 존재하고 언제나 주권자의 명령에 부응해야 한다”며 “선거로 뽑힌 지도자들이 늘 가슴에 새겨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의 사회는 배우 권해효 씨와 임수민 아나운서가 맡았다. 임 아나운서는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교육방송국(YBS) 소속으로 고 이한열 열사 투병상황 및 교내시위 등을 직접 방송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광야에서’를 합창하며 기념식을 마무리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고(故)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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