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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는 왜 명당에 있던 왕족 태실(胎室)을 옮겼나

태아 감싸던 胎모신 태실은 조선왕실 고유문화

일제가 훼손방지 명분으로 고양 서삼릉으로 모아

태실 54기,길지에 모시던 장소성과 역사성 훼손돼

1929년 일제강점기 때 고양 서삼릉으로 옮겨졌다가 충남 금산군 부추면의 원 위치로 복원된 태조의 태실. /사진제공=문화재청




조선 왕실에서는 왕후나 후궁이 출산을 하면 태아를 둘러싼 조직인 태(胎)를 항아리에 넣어 보관했다. 태는 태아에게 생명력을 부여한 소중한 것이며, 이를 모시는 태실(胎室)은 아기의 건강과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상징물로 여겨졌다. 왕실은 전국의 이름난 길지(吉地)를 찾아 태실을 조성했다. 태조 이성계의 태실은 충남 금산군 추부면 마전리의 산에 안치됐고, 태조의 2남 정종의 태실은 경북 김천시 대항면 직지사 뒤, 태조의 5남 태종의 태실은 경북 성주군 성암면 조곡산에 조성됐다. 태종의 3남인 세종의 태실은 경남 사천시 곤명면, 세종의 큰아들 문종의 태실은 경북 예천군 효자면, 세종의 둘째 아들 세조의 태실은 경북 성주군 월향면 선석사 뒤에 모셔졌다.

조선 왕조의 독특한 태실 문화가 일제강점기에 흔들렸다. 왕권이 약해져 왕실의 관리가 미흡할 수 있으니 태실과 분묘의 훼손을 막고 온전히 보전한다는 명분으로 일제가 태실을 한 곳으로 모았다. 1929년부터 고양 서삼릉 안에 집단 태실과 묘역을 조성하여 이들을 옮겼다. 사적 제200호로 지정된 고양 서삼릉에는 희릉(중종비 장경왕후), 효릉(인종과 인성왕후), 예릉(철종과 철인왕후)과 함께 태실 54기가 집단으로 조성돼 있고, 왕자·왕녀·후궁 등의 분묘도 45기가 모여 있다. 일제의 관리 효율성은 높았을 수 있으나 태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길지’라는 장소성과 본래의 역사적 맥락은 훼손됐다. 태실과 분묘를 꾸몄던 석물 등의 문화재도 흩어져 방치된 채 지금에 이르렀다.

새로 태어난 왕족의 태를 길지에 모시는 ‘태실’은 조선 왕실 고유의 문화였으나 1929년 일제가 훼손방지와 관리 등을 이유로 고양 서삼릉으로 옮겨 놓아 본래 역사성이 망가졌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이 일제에 의해 옮겨진 조선 왕실 태실의 역사성 회복과 제자리 찾기의 사전 작업 격으로 현황 조사와 연구를 실시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고양 서삼릉 내 조선왕실의 집단 태실과 분묘 관련 문헌자료와 태를 묻은 초안지(初安地), 시신을 처음 묻은 초장지(初葬地) 현황을 조사·연구했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제작해 11일 공개했다.

궁능유적본부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의뢰하여 각 태실과 관련한 일제강점기 문헌자료를 조사했고, 서울·경기 지역에 집중된 분묘 초장지 현장과 전국에 산재한 태실 초안지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를 통해 기존에 잘못 알려졌었거나 확실하지 않았던 일부 태실 초안지와 분묘 초장지의 위치가 확인됐다. 헌종의 후궁 경빈 김씨 분묘의 원래 자리는 남양주 휘경원 근처로 추정됐으나 이번 조사 결과 고양군 숭인면 휘경리(현재의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로 확인됐다. 중종의 아들이자 선조의 생부인 덕흥대원군의 태실 초안지는 여러 곳으로 추정될 뿐이었으나 조사 과정에서 당시 태실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잔존 석물이 확인됐다.

일제는 훼손방지와 관리 등을 이유로 왕자,왕녀,후궁 등의 분묘 45기를 고양 서삼릉으로 모았다. 그 중 빈,귀인의 묘가 한 곳에 조성돼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측은“이번 조사 대상은 서삼릉으로 옮겨 모셔진 태실 등이 대상이었지만 조선왕실 태실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그 외 태실들의 현황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양 서삼릉 내 집단 태실과 묘역은 현재 비공개구역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오는 9월경 탐방로와 관람편의시설 등 정비를 마치면 해설사와 동행한 제한관람 형식으로 이 구역을 개방해 관람객들이 왕실 역사의 또 다른 측면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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