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둘러싸고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농민들을 위한 농민기본소득 시행이 확산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6월 전남 해남군에서 처음 시행한 농민수당은 충청권을 넘어 경기도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농민기본소득 시행을 위한 근거마련에 나섰다. 도는 ‘경기도 농민기본소득 지원 조례 제정안’을 다음달에 열릴 경기도의회 임시회에 안건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도는 도내 농민의 기본권 보장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따른 사회적 보상 차원에서 모든 농민을 대상으로 재산·소득 요건에 상관없이 1인당 일정액의 농민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할 계획이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농민 가구가 아닌 농민 개인에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한다. 도는 농업경영체 등록인 29만명을 대상으로 농민 1인당 월 5만원씩 연간 60만원씩 지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도에서는 여주시·양평군 등이 올해 하반기에 농민기본소득제를 시행할 예정이며 파주시·평택시·연천군 등 다른 지자체로 확산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도내에서 가장 먼저 농민수당 지원 조례를 제정한 여주시 관계자는 “시 예산으로 60만원의 농민수당을 먼저 지원하고 경기도 조례가 제정되면 도비와 매칭해 지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주시에 이어 양평군이 ‘농민수당 지원 조례’ 제정에 나섰으나 양평군의회가 도 조례 제정을 이유로 상정을 보류했다. 양평군은 농업인 가구당 연간 60만원 이내의 농민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할 계획이다.
충남도와 천안시 등 15개 시·군은 농민뿐 아니라 어민에까지 ‘충남농어민수당’을 지급한다. 충남 농어민수당 80만원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지급 대상은 농가 15만가구, 임가 5,000가구, 어가 1만가구 등 모두 16만5,000가구다.
전남 해남군은 올해로 2년째 농민수당 지급을 완료했다. 군은 당초 5월과 10월 상·하반기로 나눠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4월 전체 농민을 대상으로 연간 총 60만원의 농민수당을 지급했다. 올해 지급대상은 총 1만3,428명으로, 81억원을 해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했다. 현재 전남 22개 시·군 중 해남을 비롯 화순·장흥·강진·영암·함평군을 제외한 나머지 16개 시·군은 올해 처음 지급을 개시했다.
울산시는 기본소득이라는 이름 대신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라는 시각으로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 3월 울산시의회는 농업·농촌 공익적 가치 지원에 관한 조례를 원안 대로 가결했다. 다음달 10일 시행을 앞둔 조례안은 시가 농촌지역에 공익적 가치를 위한 시책을 추진해야 하며 행·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원 사업으로 지역상품권 등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경북도는 농민수당을 당장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지난 8일 도가 지역 농업인단체협의회와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농민수당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농민단체가 농민수당 지급을 요구한 데 대해 도는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과 예산 문제로 도입이 힘들다는 견해를 밝혔다.
경남도는 오는 18일께 도의회에서 농민수당 시행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지만 도와 농민단체 간 의견이 엇갈려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경남도 농민수당 조례제정 운동본부는 도민 4만5,184명이 서명한 농민수당 주민발의 청구인 서명부와 조례안을 도에 제출했다. 조례안의 핵심내용은 농민에게 매달 20만원 이내 농민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농민수당 지급 대상·시기·액수 등을 두고 도와 농민단체 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윤종열기자 yjyun@sedaily.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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