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경기회복 속도가 극도로 불확실하다며 지금의 제로금리를 오는 2022년까지 유지하고 국채와 모기지채권 보유량을 계속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장기침체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미국 경제는 V자 회복보다 더 대단한 로켓십’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와 배치된다. 10일(현지시간)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0.00~0.25%로 동결했다. 연준은 “경제가 최근의 사태를 극복하고 최대 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의 궤도에 올랐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지금의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리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의 기준금리 중간값은 △2020년 0.1% △2021년 0.1% △2022년 0.1%로 같다. 2년 이상 제로금리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연준은 앞으로 수개월간 채권 보유량도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들어 연준은 매입속도를 조절해왔는데 최소 지금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매달 국채 800억달러(약 95조2,200억원)와 모기지증권 400억달러어치를 사들일 계획이다. 연준은 또 국채금리상한제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며 이를 계속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경기회복이 시장의 예상보다 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의 성장률은 -6.5%, 실업률은 9.3%로 예상된다. 미셸 마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 헤드는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의 앞날에 많은 도전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고 분석했다.
금리상한제 이르면 9월 도입…마이너스 금리는 없을듯 |
지난 9일(현지시간) 2만7,272.30에 거래를 마쳤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일 오전10시55분 2만6,969.76까지 떨어졌다가 계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2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022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우는 2만7,329.38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30분 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연 뒤 다우지수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전날 대비 1% 하락 마감했다.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투자자들이 움츠러들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종가 기준으로 1만선을 돌파한 나스닥은 구글과 애플·아마존 같은 일부 종목에 좌우되지만 다우는 시장 상황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파월 의장은 월가와 백악관 등에서 제기되는 경기 바닥론 시각에 대해 일부 지표상의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큰 틀에서는 되레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지난 5월 들어 소매상품과 자동차 판매, 고용 같은 일부 지표가 안정화하거나 완만하게 반등하고 있다”면서도 “많은 가구가 정부의 직접 지원과 실업급여를 받고 있지만 아직 가계가 살아나지 못했다.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수요가 부진해 소비자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복속도는 극도로 불확실하며 상당 부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며 “모두가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사람들이(외부활동이 안전하다는) 자신감을 갖기 전까지는 완전한 회복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5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난 5월 고용보고서에 대해서는 “보고서를 보면 고용시장은 5월에 바닥을 쳤을 수 있지만 노동통계국의 오류를 감안하면 실제 실업률은 13.3%에서 3%포인트가 올라간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광범위하게 올해 하반기에 경기회복을 점치고 있다”며 “이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우리는 데이터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에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예전 직장에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파월 의장의 생각이다.
연준이 내놓은 경제전망을 보면 빠른 경기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다. 올해 미국의 실업률은 9.3%로 내년에 6.5%를 거쳐 2022년에도 5.5% 수준을 유지한다.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실업이 유지되는 셈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도 장기실업과 기업 도산에 미국의 생산능력이 중장기적으로 떨어질 수 있으며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준이 올해 9.3%의 실업률을 제시하면서 느린 경기회복을 예측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도 올해 -6.5%에서 내년에 5.0%로 반등하지만 2022년에는 다시 3.5%로 내려간다.
금리정책에 중요한 판단 요소 가운데 하나인 물가상승률도 2022년까지도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에 대한 생각조차 없다”고 한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파월 의장은 추가지원 가능성을 또다시 언급했다. 그는 보유자산 확대계획과 함께 국채금리의 상한선을 정해두고 금리가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무제한으로 채권을 사들여 목표 수준을 맞추는 금리상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이 금리상한제를 공식 언급한 만큼 이르면 9월에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의회에도 주당 600달러의 추가 실업수당을 포함한 재정지원책을 요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경기회복 신호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연준이 해야 할 일은 많이 남았으며 부양책은 오랫동안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마이너스 금리 카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점도표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제시한 위원이 없었다.
이와 별도로 파월 의장은 빠른 증시 상승에 대해 “연준은 시장이 작동하게 하는 게 목적이지 특정 자산가격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말해 연준의 유동성은 증시부양용이 아니며 거품론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커들로 "美경제 바닥친듯"…백악관은 여전히 장밋빛 |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미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의 가파른 성장세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커들로 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직은 어려운 게 많고 실업률 등이 너무 높다”면서도 “전환점을 돈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시가 미국의 경제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며 나스닥 1만선 돌파 등 뉴욕 증시 상승과 최근 고용지표 현황 등을 언급했다. 특히 고용지표 호조와 관련해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인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덕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매우 불확실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백악관은 미국 경제재개 이후 빠른 경제회복 가능성을 적극 부각시키는 모양새다.
커들로 위원장은 또한 “올해 하반기에 아주 멋진 회복세를 향하고 있기를 바라자”고 밝혔다. 최근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차질이 크지 않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커들로 위원장은 코로나19에 대응할 장비를 과거보다 잘 갖추고 있다는 방역 전문가들의 말을 전하면서 “경제를 닫지 않고도 화재와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여파에서 회복하기 시작했으며 이 같은 회복세가 오는 3·4분기와 4·4분기 더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므누신 장관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추가 부양책과 관련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더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경제재개 속도가 둔한 요식업이나 여행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백악관에서 “우리는 추가 부양안을 요구할 것”이라며 “그것은 (1차 부양안보다) 더 크고 더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비록 생산과 고용 관련 지표가 지속해서 예상을 웃돈다고 해도 추가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매우 크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추가 부양책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양도소득세 세율 인하와 기업들의 투자비 세액공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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