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7)씨가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펀드 투자처를 사전에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대해 모호한 증언을 계속하고 있다. 정 교수가 ‘블라인드 펀드’ 투자라고 주장해온 이 펀드의 정체는 조 전 장관이 받고 있는 혐의와도 엮일 수 있는 만큼 조씨의 증언 중 어느 부분이 사실로 드러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인드 펀드란 투자 대상을 미리 정해 놓지 않은 상태에서 펀드를 설정하고 투자 대상이 확보되면 투자하는 펀드로, 투자자들은 투자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
조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열린 정 교수의 사모펀드 비리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 교수에게) 블라인드 펀드라고 설명을 드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증언은 정 교수의 변호인이 진행한 반대신문 과정에서 나왔다.
◇12일의 조범동 “투자자는 투자사 정보 잘 몰랐다”=변호인은 “정 교수의 블루코어밸류업1호(블루펀드) 출자 당시 ‘W’라는 회사를 인수해 W사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다는 정도로 정 교수에게 설명했다는 거냐”고 물었고, 조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은 “해명자료 내용 중 ‘투자 대상을 출자자들이 알지 못했다’는 부분은 ‘투자자들은 W사가 어디인지 알지 못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냐”고 질문했고, 이때도 조씨는 “네”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해명자료는 조 전 장관이 법무부 후보자로 내정됐던 지난해 8월 청문회 준비단에 제출된 사모펀드 관련 해명자료를 말한다.
조씨의 이러한 증언은 정 교수 등 출자자들이 투자처의 이니셜과 대략적인 업황만 알았을 뿐 자세한 정보는 알지 못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블루펀드는 조씨가 대표로 있던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가 운용한 펀드이며, 이날 증언에서 나온 W사는 코링크PE가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을 뜻한다.
◇11일의 조범동 “정경심, 투자처 정보 구체적으로 알았다”=이날 조씨의 증언은 자신이 앞서 법정에서 한 말과 상반된다. 이날 증언과 달리 조씨는 전날 이 사건 재판에서 정 교수가 펀드 투자처 관련 정보를 상세히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조씨는 당시 검찰 측 증인 신문 과정에서 “(WFM이) 테슬라를 통해 사업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정 교수에게) 다 알려주지 않았냐”는 질문에 “알려준 것은 사실이다”라고 답한 바 있다. 정 교수에게 블라인드 펀드의 투자처 관련 정보를 자세히 알려줬다는 것이다.
만약 이 증언이 맞다면 조 전 장관의 공직자윤리법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영향이 가해질 수 있다. 고위공무원에게는 주식을 직접 보유해서는 안 되는 백지신탁 의무가 있는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무늬만 펀드’에 투자해 주식을 보유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씨가 정 교수에게 투자처 정보를 미리 알려준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영향 없이 조 전 장관 부부의 기존 주장이 힘을 받게 된다. 이들 부부는 줄곧 “투자처를 알지 못하는 ‘블라인드 펀드’라고 알고 투자했다”고 주장해왔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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