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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학살된 그곳에서…백인우월주의자 결집 노리는 트럼프

6월19일·털사서 선거 유세 재개

흑인 학살 사건 일어난 장소 선택

"백인우월주의자의 홈파티"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지난 3월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선거 유세를 중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9일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유세 재개에 나선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놓고 벌써 비판이 일고 있다.

노예해방의 날
가장 큰 비판을 받는 지점은 선거 유세를 재개하는 날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선거유세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6월 19일이 미국 역사상 큰 의미가 있는 자유의 날로 알려진 노예해방일인 ‘준틴스(Juneteenth)’라는 점이다.

1862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을 치르는 동안 ‘노예해방 예비선언’을 발표했고, 이듬해 1월 1일 이를 정식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고립돼 있던 텍사스는 이 선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을 피해 동부 등에서 텍사스로 이주하는 노예 소유자들이 늘어나면서 텍사스의 인구는 수천명이 증가하기도 했는데, 1865년 텍사스에는 약 25만명의 노예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약 2년 반 뒤인 1865년 6월 연방군이 텍사스에 도착했고, 6월 19일 고든 그레인저 장군이 해방령을 선포하면서 텍사스가 마지막으로 노예제를 폐지한 주가 됐다. 이후 텍사스에서 노예였던 이들은 이날을 기념하고 각종 기념행사도 열었으며, 1980년 텍사스주는 이날을 주 차원의 기념일로 지정했다.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 들어 여타 주도 이날을 기념일로 지정하면서 현재 하와이 등 3개 주를 제외한 모든 주가 공식적으로 6월 19일을 기념하고 있다.

털사 인종 학살 사건
트럼프가 선거 유세 재개 장소로 정한 ‘오클라호마 털사’도 논란이다. 오클라호마 털사는 백인 폭도들이 흑인을 공격한 일명 ‘털사 인종 학살’ 사건이 일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인종 간 폭력 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1900년대 초반 털사에서는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에 의한 흑인 폭행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 당시 이 지역은 특정 지역의 4분의 3 이상이 백인이나 흑인이 거주할 경우, 해당 지역에 흑인이나 백인은 거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키며 인종 간 주거지를 분리하기도 했다. 이 지역에는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흑인들이 많이 거주했는데, 당시 석유 붐 덕분에 전문직이 아닌 흑인들도 상대적으로 부유한 생활을 했다.

지난 1921년 털사 학살 사건 당시 백인 폭도들에 의해 교회가 불타고 있다. /AP연합뉴스




사건은 1921년 5월 30일 발생했다. CBS와 ABC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당시 19살이던 딕 롤랜드라는 이름의 흑인 남성은 백인 여성 사라 페이지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페이지는 비명을 질렀고 롤랜드는 도망쳤다. 이튿날 롤랜드가 페이지를 폭행한 혐의로 구금돼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롤랜드를 린치하려는 백인들이 법원에 몰려들었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온 흑인들과 마주쳤다. 현장에 있던 흑인들은 곧 그들의 주 거주지인 그린우드 디스트릭트로 돌아왔는데, 이때 법원에 있던 백인 폭도들도 이들을 따라왔고, 곧 흑인들을 향해 총격과 방화, 약탈을 시작했다. 그린우드 디스트릭트는 ‘블랙 월 스트리트’로도 불리는데, 이 지역에는 약 1,200명의 흑인이 거주했으며 흑인 소유기업 300여 곳이 자리했다.

2001년 오클라호마 주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틀간의 폭동으로 1,256채의 주택이 불에 탔으며, 건물 314곳도 약탈당했다. 흑인 병원에 화재가 발생하자 백인 병원들은 부상당한 흑인들을 맡는 것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폭동은 이틀 동안 계속됐다. 역사학자들은 백인 폭도들이 주로 흑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집과 기업, 교회, 학교, 병원, 도서관을 불태워 300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자 결집 노리나
일각에서는 이처럼 흑인에게 의미가 있는 6월 19일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유세를 재개하는 것은 백인우월주의자의 결집을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CNN은 칼럼을 통해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에 14%포인트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조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확고한 지지층을 잡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칼럼은 “트럼프는 녹는 얼음 덩어리 위에 북극곰처럼 그의 지지층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다”며 “준틴스의 중요성을 비하하고 털사에서 집회를 개최하면서 그의 가장 충성스러운 후원자들에게 자신이 코너에 있으며, 그들이 싫어하는 말을 하더라도 이는 거짓말이고 과시용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1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특히 칼럼은 “트럼프 캠프가 선택한 날짜와 장소는 미국의 인종차별 역사에 익숙한 이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며 “트럼프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고 적힌 요란한 모자를 쓴 주로 백인인 지지자들과 함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무시하는 모임을 통해 인종 간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발전을 홍보할 계획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속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 대통령을 잘 알고 있다”며 “그는 샬러츠빌의 신나치주의자 시위대 사이에도 ‘아주 훌륭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유색인종인 민주당 여성의원들에게 ‘범죄가 들끓는 곳으로 돌아가라’고 말한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비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선거캠프의 카마우 마샬은 트위터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얼마나 인종차별주의자인가”라며 “그는 너무 인종차별주의자여서 첫 선거운동을 6월 19일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할 계획”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했다. 카말라 해리스 캘리포니아 상원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이것은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단순히 윙크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트럼프 대통령)는 그들(백인우월주의자)을 환영하는 홈파티를 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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