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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불법 저질러 낸 배상금 '손금' 아니라 법인세 감면안돼"

법원, 신한지주 패소 판결

서울행정법원 전경. /서울경제DB




지난 2005년 한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 대표 이모씨의 명의를 빌려 A제지회사 경영권을 인수한 엄모씨는 당황했다. 이씨가 엄씨의 의사를 무시하고 명의신탁된 주식 상당수를 신한은행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씨의 의도는 신한은행의 자본력을 이용해 A사 인수합병(M&A)을 선언한 B사와 함께 엄씨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것이었다. 신한은행은 A사의 발행주식 중 280만주(11.7%)를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하고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경영권 분쟁에 개입했다. 결국 계획대로 적대적 M&A가 이뤄지면서 엄씨의 경영권은 B사로 넘어갔다. 이에 엄씨는 이씨와 신한은행에 902억여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6년 신한은행의 책임을 최종적으로 인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엄씨에게 150억여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따라 신한은행은 엄씨에게 확정 손해배상금인 207억여원을 지급하고 2016년도 사업연도 법인세 신고에 이 금액을 손금산입했다. 손금산입이 되는 만큼 법인세액은 줄어든다.



그러나 국세청은 해당 금액을 손금산입하지 않은 채 법인세를 고지했다. 신한은행에는 57억여원의 법인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은행이 엄씨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을 세무당국이 손금불산입한 부분은 위법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이 청구는 기각됐고 이에 불복한 신한금융지주는 행정법원에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이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지출금은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신한은행은) 은행법상 고유업무 범위를 제대로 유지해야 하나 이를 벗어난 매우 이례적인 거래를 별다른 교섭도 거치지 않은 채 단시간에 완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해 한쪽 편에 가담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은행의 적법한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해당 손해배상금은 사회 질서를 위반한 불법행위로 책임의 이행으로 지출하게 된 것이므로 법인세법이 규정한 손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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