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같은 남북 경색 국면에서 열린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은 경직돼 있었다. 그러나 이날 역시 문 대통령이 줄곧 강조한 단어는 ‘평화(7번)’였다. 북한이 군사 행동까지 시사하며 남북관계가 다시 파국으로 치닫고 있으나 대화 기조를 유지하고 남북 협력 사업으로 이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북한은 그러나 분단 이래 남북 정상 간 첫 만남인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에 대한 언급도 일체 없이 남측에 대한 군사 보복 의지만 강하게 다졌다. 여기에 대북문제의 실질적인 키를 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남북 문제에는 선을 긋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관계를 다시 정면돌파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기대만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면서 “남과 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면서 현실성 있는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하자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점점 호전적으로 변해가는 북한을 향해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면서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상 간의 합의 준수를 위해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에는 ‘평화 시계’를 뒤로 돌릴 수 없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는 언제든지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격랑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서 “오랜 단절과 전쟁의 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관계를 또 다시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재차 손을 내민 이날에도 북한 관영매체들은 대남 압박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노동신문은 ‘끝장을 볼 때까지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할 것이다’라는 정세론해설을 싣고 “서릿발치는 보복 행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의 외교 책사들은 북한의 대남공세를 악화된 내부 사정 탓이라고 분석하면서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6·15 공동선언 20주년 행사에서 “북한은 실존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고 판을 바꾸기 위해 전면적으로 돌파해 나가려는 것”이라는 말했다. 이어 “북한이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에 강력한 방위 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해교전에서 확전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린 것처럼 명민하고도 결기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세민·윤경환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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