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젠 먹거리도 시간이 곧 경쟁력인 ‘시(時)테크’ 전쟁이 한창이다. 시간 경쟁은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뿐 아니라 막걸리, 커피, 착즙유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 말하는 상품의 질의 척도가 시간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1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서울장수의 ‘장수 생막걸리’는 10일간만 유통하는 시스템을 최근 도입했다. 생막걸리의 경우 통상 짧게는 15일, 길게는 한 달 정도 유통되는 것을 고려하면 많게는 유통 기간을 3분의1이상 줄인 셈이다. 서울장수는 효모가 가장 잘 살아있는 기간인 10일 동안만 판매한다는 원칙을 위해 이번 유통 실험을 하게 됐다. 생산 후 고객에게 하루라도 빨리 전달돼야 자연 생성되는 탄산의 톡 쏘는 감칠맛과 신선함이 배가된다. 서울장수는 당일 생산·당일 출고하는 전국 생산물류 시스템을 보완해 매일 오후 5시까지 전국 대형마트, 편의점 및 중간거래상 등 주요 유통거점을 통해 주문량을 접수받는다. 서울과 진천 양조장에서 자정부터 생산해 오전 4시가 되면 전국 곳곳의 주문지로 배송하고 있다.
커피 전문점 포화시대에 커피도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커피업계에 ‘1년 생산·당일 판매’까지 등장했다. 엔제리너스 커피는 지난달부터 수확 1년 이내 생두인 햇 원두를 사용하고 당일 개봉한 원두 사용을 원칙으로 하는 ‘프레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원두의 지역과 퀄리티 경쟁을 넘어 시간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엔제리너스는 특허 받은 퓨어로스트시스템 을 통해 생두를 공기 중에 가볍게 띄워 360도 균일하게 배전해 타거나 덜 익은 곳 없이 커피 고유의 깊고 부드러우며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엔제리너스 블렌딩 원두의 규격은 기존 2㎏에서 50% 줄인 1㎏으로 운영해 개봉한 원두의 산화를 줄이고 커피향 손실을 최소화했다.
‘시간이 곧 신선함’인 참기름도 착유 1일 참기름이 나왔다. 올가홀푸드는 착유 후 1일 내 고객에게 배달되는 ‘갓 짜낸 참기름’과 ‘갓 짜낸 들기름’을 출시했다. 두 제품은 착유 후 하루만에 배송까지 완료된다. 배송시간을 앞당기는 데 이어 생산부터 고객 수령에 이르는 전 과정 시간을 줄였다. 단일 생산 공장에서 착유와 배송을 함께 진행하는 산지 직송으로 유통 과정을 대폭 단축했다. 매주 화요일까지 예약 주문하면 목요일에 착유해 금요일에 택배로 배송 받는 방식으로 일주일에 1회만 한정 생산한다.
이마트는 극신선 계란인 ‘어제 낳아 오늘만 판매하는 계란’을 선보였다. 직관적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당일 산란한 계란만을 선별해 익일 단 하루만 판매하고 남은 상품은 모두 폐기한다. 통상 계란의 유통기한은 산란 일로부터 45일이고, 판매기한은 30일이다.
롯데마트는 도축 후 3일 이내 돼지만을 엄선한 ‘3일 돼지’를 출시해 신선함을 강조했다. 기존 육가공업체를 통해 고기를 납품받으면 도축 후 매장에 진열까지 7일 정도 소요되지만, 돼지 경매에 직접 참가해 도축 후 3일 이내 매장 진열·판매가 이뤄지도록 했다. 소비자는 육즙이 덜 빠져나간 더욱 신선한 고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된 것.
매일유업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프리미엄 착즙주스 ‘플로리다 내추럴’은 물 한 방울 넣지 않고 생오렌지, 생자몽을 그날 바로 짠 100% 착즙주스다. 24시간 내 당일 착즙해 신선한 오렌지, 자몽의 맛과 향이 그대로 남아 있어 더 상큼하고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
먹거리에서 시간의 중요성이 그동안 신선식품과 배송 시간 단축에 치중돼 있었다면 이제는 생산과 가공 과정 시간 단축뿐 아니라 생산 후 얼마나 유통 시간을 줄이는 지로 쏠리고 있다. 배송시간이 시간경쟁 1라운드였다면 생산·가공 후 신선함을 유지하는 2라운드인 셈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신선함이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전체 식품으로 넓어지고 있다”면서 “원물에서 가공을 거쳐 얼마나 빨리 소비자에게 전달되는지가 식품업계 경쟁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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