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A(27)씨는 오랫동안 정들었던 반려견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가족처럼 여기던 반려견의 장례를 위해 수소문하던 A씨는 한 장묘업체를 알게 됐다. 전화상담을 통해 안내받은 장례비는 30만원. 하지만 가계약서를 작성하자마자 업체 측은 수의와 관 등을 포함해 100만원 가까운 금액을 요구했다. 계약을 취소하려고 하자 업체는 적지 않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협박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해당 업체에 반려견의 화장을 맡기자 A씨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정식 화장시설이 아닌 개조된 승합차였다. 뒤늦게 확인해보니 이 업체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불법 장묘업체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이들을 노린 불법 장묘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기 위해 이른바 ‘떴다방’식 영업으로 법망을 피해가며 소비자 피해를 키우고 있다. 적발되더라도 벌금은 최대 500만원에 불과하다. 불법 장묘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장묘 업계에 따르면 불법 장묘업체들은 바가지요금과 유골 바꿔치기, 단체화장 등 다양한 수법으로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A씨의 사례처럼 당초 안내했던 것보다 두 배 넘는 금액을 요구하면서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을 요구하거나 ‘비싼 만큼 더 좋은 소재를 쓰겠지’ 하는 마음을 악용해 바가지를 씌우는 게 대표적이다. 여러 마리를 동시에 화장하거나 추가요금을 내지 않으면 유골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은 장묘업체들이 불법업체인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대다수 업체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합법업체로 위장광고하기 때문이다. 처음 연락 온 소비자들에게는 합리적인 가격과 편리한 장소를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정작 찾아오면 태도가 돌변하기 일쑤다. 박정훈 한국동물장례협회 사무국장은 “막상 방문하면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거나 차량에 올라타면 2~3시간 거리의 불법시설로 데리고 가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법적인 등록업체와의 제휴를 내세워 소비자들을 속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한 불법업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동물 장묘업 등록업체와의 업무제휴를 통해 이용자 모집을 대행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막상 전화를 걸면 화장·장례 책임자라는 업체 관계자는 모든 과정을 본인이 직접 진행한다고 말한다. 이들 업체와 제휴를 맺은 한 등록 장묘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제휴업체로부터 넘겨받는 것은 한 달에 1~2건 정도뿐”이라며 “해당 업체가 무허가 불법업체인 것도 얼마 전에야 알았다”고 전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불법 장묘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지만 정작 단속은 쉽지 않다. 승합차를 개조한 이동식 화장시설을 사용해 단속을 요리조리 피하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단속이 이뤄진다고 해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동물보호법상 불법 장묘는 최대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게 전부다. 불법 장묘업체들의 한 달 수입이 최소 수천만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처벌수위가 지나치게 낮은 셈이다. 불법영업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이유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처벌이 약하니 불법영업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처벌수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난 8일부터 3주간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를 대상으로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무허가업체에 대해서는 벌금 부과와 함께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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