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천안문 시위? 누가 신경 쓰나”…中에 “재선 도와달라” 이것이 트럼프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WSJ, 볼턴 회고록 발췌문 게재

홍콩·위구르 등 中 인권문제 관심 아예 없어

중국과의 무역합의 이행·재선에만 몰두해

북핵 문제·우리나라와의 관계도 비슷하게 볼 듯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한 미국의 보복과정과 미중 무역합의를 이해할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정책을 어떻게 해왔는지와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이죠.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 덕인데요.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볼턴 전 보좌관의 신간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의 발췌록이 실렸습니다. 이 글에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거꾸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을 알면 다른 정책의 방향도 미리 예측할 수 있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물러난 볼턴이지만 그의 기록 사이사이에 담겨있는 행간의 의미를 잘 읽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난해 7월 방한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연합뉴스




트럼프는 홍콩과 농산물을 바꿀 수 있다…홍콩에 강력한 보복? 트럼프 모르는 소리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전략의 핵심은 기사 제목에도 언급했듯 “(천안문 시위를) 누가 신경 쓰나? 나는 거래를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볼턴 전 보좌관에 따르면 천안문 사태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백악관의 공식성명 발표를 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은 15년 전 일이다. 누가 그것을 신경 쓰나. 나는 거래를 하려고 할 뿐이다. 나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합니다.

사태 발생 시점부터 잘못 알고 있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인권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무역전쟁 와중에 자신과 미국에 이익이 될 것만 찾는다는 점을 뚜렷이 보여준 셈입니다.

위구르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백악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만찬에서 “왜 우리가 중국이 위구르족을 대하는 것에 대해 제재를 고려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강한 제재를 하기 위해서 물었을까요? 예, 그 반대입니다. 되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개막 만찬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위구르족 탄압에 쓰이는 수용 시설을 계속 지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시 주석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이슬람교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지난해 6월,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을 때 이를 보고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큰일이군. 하지만 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아. 우리에게도 인권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의회의 홍콩 인권법안 서명을 미루다가 마지못해 처리한 바 있습니다.

이제 모든 그림이 맞춰집니다. ‘장사꾼’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 맞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계는 단순합니다. 재선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미국의 돈벌이에 도움이 되면 추진하는 것이고 아니면 그만두는 것입니다. 2018년 ZTE를 제재하려는 상무부의 생각을 뒤집은 것도 트럼프라고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해 자신의 재선을 도와달라고 할 정도의 인물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에게 “재선 도와달라” 간청한 트럼프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에서 분석해 드린 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과 농산물(무역합의)을 바꿀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것이 이번 볼턴 회고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핵심내용 가운데 하나입니다. 막판까지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한 보복으로 고민하고 결국 소리만 요란한 제재안을 꺼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여전히 미중 무역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WSJ에 실린 글 가운데 지난해 6월 미중 정상회담의 막후 대화를 다룬 아래 부분은 그의 속내를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 하나의 핵심 사안으로 우크라이나 사건에 이어 또다시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



“그때 트럼프는 놀랍게도 이야기를 미국의 차기 대선으로 돌렸다. 시 주석에게 자신이 (대선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산 콩과 밀 수입을 늘리는 것이 선거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중국을 대하는 방식이 이와 같습니다. 중국에 개인적으로 선거와 관련된 부탁을 하는 겁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야 하며 이를 위해 경제적 수단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더 방치하면 중국이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죠. 큰 틀에서는 미국의 국익을 신경 쓰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대중 정책이나 제재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함께 고려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국가 안보에 개인 이익을 연계한다는 뜻이죠. 이 때문에 향후 홍콩 특별지위 박탈을 포함한 대중 제재가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중국이 홍콩 인권법을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이를 건드리면 1단계 무역합의도 날아가게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벼랑 끝에 몰려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홍콩 인권법으로 강한 제재를 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이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중 무역합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한 것도 그 근거입니다.

홍콩은 자신의 정치게임에 쓰는 말에 불과한 겁니다. 위구르 건도 그렇습니다. 겉으로 나오는 단순한 말이나 행동이 아닌 속내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KBS가 17일 오전 휴전선 인근 비행금지구역(NFL) 인근 2천m 상공에서 촬영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잔해만 남은 모습을 보도했다. /KBS 방송화면 캡처


독재자 부러워하는 트럼프…韓도 흥정의 대상?

또 하나 눈여겨 봐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동경한다는 점입니다. 누차 그가 시진핑 국가주석이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부러워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입니다. 볼턴 전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6년을 더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한 시 주석에게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상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더 오래 하고 싶지만 헌법 때문에 안 된다는 아쉬움을 드러낸 셈이죠. 이쯤이면 자신이 미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트럼프 눈에는 우리나라 역시 홍콩과 비슷해 보일 겁니다. 대한민국이라고 특별하게 봐줄 리가 적지요. 방위비 분담금 압박이나 그동안 “잘 사는 나라” 운운하며 통상압력을 가해왔다는 점을 보면 트럼프 입장에서는 북핵도 우리나라도 체스판의 말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주독 미군 철수 추진 사례에서 보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면 어떤 일이라도 실행하는 인물입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 같은 예외가 없는 것이죠.

안타까운 건 북한이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금강산 관광지구·개성공단·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지역의 군부대 재주둔 방침을 선언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가 우리에게 중요해졌다는 점입니다.

북한 문제가 선거에 도움이 될지를 따질 텐데 미 유권자들은 이 문제에 관심이 적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따른 불평등 문제가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평소에도 “북한의 작은 미사일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왔던 만큼 북한 문제를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있는 인물입니다.

거꾸로 일자리와 통상분야 성과를 위해 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를 계속 압박할 가능성은 남아있습니다. 특히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감축은 독일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딜레마는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과의 협력을 더 강화하는 것밖에 길이 없다는 겁니다. 이는 무엇보다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현 정부가 이를 알고 있을지, 알더라도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겠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