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17일 외교안보 원로들과의 오찬에서 “인내하겠다”며 여전히 남북대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임 통일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은 모두 운동권 출신으로 문 대통령의 생각과 맥을 같이한다. 게다가 이날 오찬모임에 참여한 원로들도 모두 같은 성향이어서 “끼리끼리만 얘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화해 무드에서 대치 모드로 바뀌는 시기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가 이어졌지만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비난 담화를 시작으로 대립관계로 전환되고 있다.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비무장지대(DMZ) 초소에 대한 병력 투입 등으로 판문점선언과 9·19군사합의를 파기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화를 통해 북핵 폐기 등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환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남북관계 개선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닫고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할 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국민적 공감이 결여된 대북정책으로 국민의 안보의식에 분열이 생기지 않도록 숙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의 ‘남남 분열’ 전술에 휘말리지 말고 국론을 결집하면서 국민통합을 지향할 수 있도록 새 전략을 짜야 한다. 새로운 대북정책에 맞춰 통일부 장관 후임을 인선하고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 등도 바꿔야 한다. ‘군 기강 해이’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방부 장관도 교체해야 북한의 무력도발에 강력히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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