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최초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로 임용된 이진형 교수는 본인이 창업한 바이오 기업 엘비스(LVIS)의 대표이기도 하다. 엘비스는 인간의 뇌를 기계의 전기회로로 파악해 뇌의 생체학적인 질병을 전기 회로도상의 문제로 진단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면 뇌 신경 질환을 치료하는 데 혁신적인 성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정확한 진단은 의료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 플랫폼이 완성되면 뇌가 오동작을 일으키는 정확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상화하는 치료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에서 전기공학과를 전공한 이 교수가 뇌공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외할머니의 뇌졸중 때문이다. 이 교수는 “대학원 재학 중에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12년 동안 병상에 누워계시다 돌아가셨다”며 “할머니를 보며 힘들었던 경험이 뇌졸중을 해결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공학에서 배운 기계회로에 대한 지식을 뇌공학에 응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이 이렇게 발전한 시대에 뇌혈관 하나가 터졌다는 이유로 평생 병원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지금은 내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문제가 풀리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의 입장에서도 공학도에서 의과대 영역인 두뇌 연구로 커리어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연고가 없는 미국에서 여성으로서 새로운 학문에 도전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는 “학문 자체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외국에서 온 외부인 여성이라는 점, 게다가 다른 학문 분야에서 온 외부인이라는 점이었다”고 밝혔다. 이런 그에게 힘이 됐던 것은 새로운 도전을 지원하는 미국의 연구 평가 시스템이었다. 그는 “많은 어려움 속에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돼준 것은 미국 국립보건원이었다”며 “연구를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도 미국 국립보건원 ‘패스웨이 투 인디펜던스’ 상이었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해준 것도 ‘파이어니어’ 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 교수는 “외부인이더라도 이렇게 기존 방식과 다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창업한 엘비스는 뇌 회로도 개념을 기반으로 각종 뇌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 회사다. 엘비스(LVIS)의 명칭은 뇌를 생생하게 시각화한다는 의미(Live visualization)다. 엘비스가 만든 뇌 질환 진단 플랫폼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준비 중이다. 특히 올해는 뇌 질환 중에서도 간질을 진단하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우리 플랫폼이 정착되면 오늘날 쉽게 치료되는 질병처럼 뇌 질환도 원인과 해결책이 분명해질 것”이라며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과 용기를 준 많은 분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뇌 질환 치료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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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한국 △1998년 서울대 전기공학 △2004년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 △2007년 UCLA 정신의학·방사선학 교수 △2012년 스탠퍼드대 공대 및 의대 교수 △2013년 뇌 질환 치료제 개발 바이오 기업 엘비스(LVIS) 창업 △2019년 미국 국립보건원 파이어니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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