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 등 유럽 지역 4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31억달러(약 3조7,277억원) 상당의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온 유럽연합(EU)과의 무역갈등이 확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통신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23일 이들 4개국으로부터 오는 올리브·맥주·진·트럭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항공기·치즈·요거트 등 제품에 대한 관세도 인상하기를 원한다고 고시했다. USTR은 다음달 26일까지 한 달간 이 같은 관세 인상·부과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가 실제로 관세 부과에 나선다면 유럽의 명품 브랜드와 영국 양주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통신은 분석했다.
미국의 이 같은 행보는 15년간 이어진 유럽과의 항공기 보조금 갈등과 관련이 깊다. 지난 2004년 미국은 부당한 에어버스 보조금 때문에 보잉 등 미국 항공기 제작업체와 부품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EU를 제소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손을 들어준 WTO는 미국이 연간 75억달러어치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EU에서 들여오는 농산물과 일부 공산품에 25%, 항공기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은 올해 2월에도 에어버스 항공기에 부과하는 세율을 10%에서 15%로 인상했다.
미국의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를 겨냥한 EU의 디지털세 부과 추진을 놓고도 미국은 보복하겠다는 태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최근 EU에 보낸 서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힘써야 한다며 일단 디지털세 협상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므누신 장관은 “EU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디지털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보복대응을 시사했다. 디지털세는 애플·아마존 등 대형 IT 기업이 매출을 올린 국가에도 일정 부분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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