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25일 발표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노동생산성 둔화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위기 이전인 2002∼2008년과 비교해 2009∼2017년 한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6.3%포인트 떨어졌다. 전체 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 역시 1.72%P 하락했다.
노동생산성은 노동 투입당 산출량으로 한 나라의 근로자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연구원측은 금융위기 후 투자 위축이 제조업 노동생산성 저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제 불확실성 지수는 위기 이전 112.8에서 위기 이후 146.2까지 상승했는데, 이같은 불확실성 증대가 제조업 설비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수요 감소에 따른 국제무역 둔화도 노동생산성을 끌어내렸다. 해외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부진은 수출 기업이 보유한 노동과 자본의 활용도를 떨어뜨려 노동생산성에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업 규모로 보면 대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 하락 폭이 금융위기 이후 7.9%P로 중소기업(-4.6%P)보다 더 컸다. 아울러 금융위기 이후에도 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했던 것이 생산성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위기 전후를 비교했을 때 노동생산성 하위 20% 기업의 3년 후 퇴출률(55.4%→50.2%)과 5년 후 퇴출률(66.0%→61.1%)이 모두 떨어졌다.
남충현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기업과 기존 주력산업의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 활성화, ICT 업무 활용도 제고, 연구개발(R&D) 효율성 향상 등에 힘써야 한다” 면서 “저생산성 기업들이 큰 비용 없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신기술을 습득해 다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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