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노동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멍’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기 지적됐던 ‘노동법 수리’를 코로나 19를 계기로 앞당겨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는 26일 고려대학교에서 ‘팬데믹 이후의 노동세계’라는 제목의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노동관련 법제도의 과제’ 발표에서 “코로나 위기는 대면·공동작업이라는 노동의 전형성을 깨고 비대면·개별작업이라는 노동의 새로운 전형적 모형을 만들었다”며 “법제도의 개선이 아닌 법 제도의 진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19로 똑같은 시간·똑같은 장소에서 집단적으로 수행하는 근로형태가 아닌 다른 시간·다른 장소·개별적으로 수행하는 근로형태가 나타나게 됐다. 시차출근·재택근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가 한 회사와만 계약하지 않고 여러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고용형태의 다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사용자가 근로자를 회사에서 관리하지 못하므로 ‘성과’ 중심의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권 교수는 전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를 하고 성과 중심의 급여 체계를 마련했다고 했을 때 A라는 근로자가 낮에 가사를 돌보고 밤에 근로했다면 사용자에게는 야간가산수당을 줘야 할 의무가 생긴다. 이처럼 시간급 중심의 임금·근로시간 관리 제도는 ‘공장’ 근로를 전제했기 때문에 현 상황에 맞지 않는 것이다. 권 교수는 “전통적 의미에서의 근로시간제도의 경직성은 오늘날 재택근로나 성과 중심의 직무급 체계 구축과 서로 호환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근로시간제도의 완화가 과도한 근로시간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적정한 과업부과를 책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간주근로시간으로 8시간을 합의했는데 16시간 양의 업무를 주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외에도 근로자에게 원격근로 전환 신청권을 주되 사용자가 특정한 경우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 휴가와 병가의 분리 등이 제안됐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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