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취임 1주년을 앞둔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이 법무부와의 충돌에 이은 정치권 공세, 검찰 내부의 불협화음 등 잇따른 악재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지 말고 수사 중단하라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권고까지 나오면서 윤 총장의 ‘공든 탑’이던 삼성 합병의혹 수사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상황에서 대내외 갈등에 대형사건의 수사 정당성마저 흔들리면서 검찰 수장의 리더십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다음 달 25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윤 총장은 취임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영전하면서 현 정권의 전폭적 신임을 받았지만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이어 최근에는 채널A 기자와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의 감찰 문제 등을 놓고 여권의 맹공을 받는 처지로 내몰렸다.
최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 전 총리 수사팀의 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윤 총장이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에 조사시킨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갈등이 이렇게 나면 물러나는 게 맞다”며 윤 총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의 골 역시 점점 깊어지고 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을 겨냥해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 법 기술을 부린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바깥은 물론 검찰 내부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윤 총장의 리더십에도 흠집이 나고 있다.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윤 총장이 최근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하자 “수사자문단 소집 결정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지속해서 대검에 냈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수사팀이 검찰총장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은 이례적이라 내부갈등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는 수사방식과 대상을 두고 입장 차를 보여왔다.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인 채널A 이모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수사팀은 강조했지만 대검이 반려했고, 윤 총장은 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했다. 이를 두고 검언유착 사건을 지휘하지 않겠다던 윤 총장이 최측근이자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을 감싸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이에 수사팀도 역공에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한 검사장의 휴대폰을 압수해 포렌식 작업을 하는 동시에 이번 주 중으로 소환일정을 조율했다. 수사자문단 소집을 공개 반대한 데 이어 한 검사장 소환조사를 밀어붙이는 등 검언유착 수사 의지를 꺾지 않는 분위기다.
윤 총장이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시절부터 오랫동안 공들여온 삼성 합병 의혹 수사도 마지막 단계에서 수사의 정당성이 흔들리게 됐다. 지난 26일 이 부회장 요청으로 소집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 의견을 냈다. 앞서 이달 초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데 이어 외부 전문가들로부터도 수사 정당성이 없다는 판단을 받은 셈이다. 검찰은 그동안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여온 만큼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르지 않고 기소를 강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경우 검찰이 자체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수사심의위 제도 취지를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여 기소하지 않더라도 ‘삼성 봐주기’라는 비난을 받게 돼 윤 총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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