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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투쟁 버린다" 현대차 노조가 달라졌다

품질 향상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문 결의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연합뉴스




국내 최대 노동조합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투쟁이 아닌 고용안정을 택했다. 일자리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막무가내식 파업에 나서기보다는 생산과 판매 유지로 시장 수요를 지키기 위해 사측과 손을 맞잡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하다며 비판을 받아온 현대차 노조의 변화가 후진적 한국 노사문화를 바꿀지 주목된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최근 하언태 현대차 사장 등 사측 인사들과 경북 칠곡 출고센터와 서울 남부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함께 품질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노사는 ‘품질 향상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문’을 결의했다. 선언문에는 △고객이 곧 기업생존과 고용안정이라는 공감대 속에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자동차산업의 경제 파급 효과를 공동 인식하며 △완벽한 품질의 차량을 시장 수요와 연동해 최대한 생산하고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의 노사 공동선언문에 전문가들은 ‘시장 수요’와 ‘파급 효과’ ‘사회적 책임’ 등의 단어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현대차 노조는 시장에서 현대차의 인기가 떨어져 생산량이 줄어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잘 팔리는 인기 차종의 증산 또한 노사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쉽게 허용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이번 선언문에서는 노조가 노동자의 고용 또한 시장과 국가 경제 상황 속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업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결국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생존할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를 현대차 노조가 인정한 셈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와 이상수 노조위원장 당선을 계기로 노사가 갈등하기보다는 협력해 위기를 넘기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투쟁 일변도의 노사문화 대신 노동자가 앞장서 품질을 높이고, 여기서 생기는 이익을 가져가는 합리적 기조가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8,000만원짜리 고가 차를 사면서 완벽 품질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
“8,000만원짜리 고가 차를 사면서 완벽 품질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고객이 없으면 물량도 고용도 없다는 단순한 진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품질혁신으로 ‘안티 현대차 노조’에서 ‘러브 현대차 노조’로 거듭나자(여론을 바꾸자).”

‘강성 노조’의 대명사로 불리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주 내놓은 자성의 목소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품질’을 강조하며 연일 달라진 행보를 보여주던 현대차 노조가 지난 23~24일 하언태 현대차 사장과 함께 직접 출고센터와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품질 문제는 회사의 투자 부족으로 발생한 부분도 크지만 이날 현장 방문 결과 긁힘·까짐·단차 등 현장에서 조금만 유의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것들도 많았다”고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울산에 본부가 있는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직접 서울 소재 서비스 센터를 방문해 품질을 점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품질향상과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공동 선언문도 결의했다. 여기에는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자동차산업의 경제 파급효과를 공동 인식하고,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시장 수요와 연동한 완벽한 품질의 차량을 최대 생산해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발간한 소식지에서는 “현대차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 기간산업이고, 부품 협력사를 포함해 현대차로 인해 생존하는 국민들도 수백만명”이라며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의 ‘대공장 노조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시장 수요에 맞게 차량을 최대한 생산하는 게 ‘사회적 책임과 의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무분별한 파업 같은 쟁의 행위를 자제할 뜻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과거처럼 투쟁만으로 고용을 지킬 수 없는 시대라는 게 이상수 신임 위원장의 생각”이라며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강조해 전체 파이를 키우고 커진 파이의 일부를 조합원의 몫으로 가져간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는 고임금·저생산성에 신음하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몫만 주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4년 약 7조5,500억원에서 5년 만인 지난해 3조6,1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그러나 노조는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해마다 임금인상 투쟁을 벌였고 팰리세이드 등 인기 차종의 생산량을 늘리거나 조정하는 것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2015년 456만대 수준이던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395만대로 400만대가 깨졌고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며 5월까지 133만대로 급감했다. 현대·기아차는 1996년 현대차 아산공장 이후 국내에 신규 공장을 짓지 않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노사가 갈등하기보다는 협력해서 위기를 넘겨보자는 동력이 강해졌다”며 “이 같은 동력이 품질을 높이자는 이슈로 나타났고 품질을 높여 현대차가 당면한 과제인 영업이익률을 높일 수 있다면 노조 측에서도 그만큼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현대차는 수익성을 높여 오는 2025년까지 영업이익률을 8%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변화를 위해서는 노조 내부를 설득하는 게 과제로 꼽힌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소식지를 통해 노조의 변화에 힘을 실어주기를 조합원에게 당부했다. 현 노조 집행부는 “(경쟁 관계인) 다른 현장 조직들이 ‘품질문제를 왜 노동조합이 앞장서느냐’고 아무리 비판해도 품질혁신을 통해 고객 신뢰, 물량 안정, 조합원의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면 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고용안정을 위해)낡은 생각을 바꾸고 품질 향상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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