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부로 추정되는 백인 남녀가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눈 영상을 리트윗했다. 전날 백인우월주의 구호를 외치는 지지자 영상을 올린 데 이어 또다시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오전 트위터 계정에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백인 남녀가 주택가 집 앞에서 총을 든 채 시위대를 겨누는 모습이 담긴 ABC 뉴스 영상을 리트윗했다. 영상에는 세인트루이스 도심 고급 주택가인 센트럴 웨스트엔드의 한 집 앞에서 백인 남성이 소총을 겨누며 시위대에 소리치고 옆에서 백인 여성이 권총을 들고 시위대를 겨누며 동조하는 모습이 담겼다.
30초 분량의 이 영상은 전날 저녁 촬영됐다. 시위대가 라이다 크루슨 세인트루이스 시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장 자택까지 행진하는 과정에서 도심을 지나다가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전날 시위대 행진은 크루슨 시장이 지난 26일 페이스북 온라인 브리핑에서 자신에게 경찰 예산을 끊으라고 요구하는 편지를 보낸 몇몇 시민의 이름과 주소를 공개한 데 반발한 주민들이 진행한 것이다.
당시 시위대는 백인 커플의 위협에 대응하지 않고 행진을 이어갔다. 여기에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대도 있었고 이들은 ‘경찰 예산 끊어라’ 등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구호 등을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영상을 리트윗하면서 아무 글도 덧붙이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시위대를 향해 폭력적이라고 비난했던 그의 언행을 고려하면 백인 부부를 옹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 리트윗과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흔히 쓰는 구호인 “ 화이트 파워!”를 외치고 있는 지지 군중의 동영상을 리트윗했다. 이 영상에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의 시위대가 맞서 싸우는 도중 한 남자가 나타나서 “화이트 파워!”를 외치는 장면이 담겼다. 이에 대해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옹호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3시간 만에 이를 삭제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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