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일 추석 연휴 첫 일정으로 북한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과 가족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고향을 찾아가는 건 모든 사람들의 소망인데 가족들과 헤어져 수십 년 세월을 이겨내고 계신 분들을 보니 안타깝다”며 “하루 빨리 남북 간 적대성이 완화돼 혈육 간 생사 확인도 못하는 참담한 현실이 개선되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실향민들과의 대화’ 행사를 가졌다. 대통령실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의 마음에 공감을 표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진행했다.
먼저 “어르신들이 얼마나 고향이 그립고 가족들이 그립겠냐”면서 위로를 건네며 발언을 시작한 이 대통령은 “아까 강 위에서 보니 기러기들이 쭉 줄 지어 날아가는 게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들은 자유롭게 강을 아래 위로 날아다니는데 사람들만 자꾸 선을 그어 놓고 넘어오면 가해를 할 것처럼 위협하며 총구를 겨누고 수십 년 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남북 간 긴장이 격화되고 지금은 적대성이 너무 강화돼 아예 서로 연락도 안하다 보니 한때는 이산가족 상봉도 하고 소식도 주고받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단절된 상태”라며 “저를 포함한 정치인들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자책감을 가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 빨리 남북 간 적대성이 완화되고 소통하고 교류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혈육 간 헤어져 서로 생사도 확인하지 못하는 참담한 현실이 개선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행사에 참석한 실향민들은 각자 고향을 떠나게 된 사연을 소개하며 남북 간 관계 개선으로 가족들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7살 때 황해도 연백군을 떠난 서경헌 씨는 “(황해도를) 나온 지 벌써 73년이 됐는데 부모님께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시고 교동도에 살고 계시다 작고하셨다”며 “하루 빨리 남북이 이어져 자주 왕래해서 우리 누님도 만나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살 때 고향을 떠나면서 동생과 헤어진 정해식 씨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한 지가 40년이 넘었다”며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한번 더 (동생의) 생사를 알았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5년 안에 (동생의) 생사 여부를 알려주면 좋겠다. 많은 기대를 걸겠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대부분 명절이 되면 생활이 어렵더라도 가족들을 만나고 고향을 방문하는 즐거움이 있는데 실향민 분들은 명절 때가 괴로운 날인 것 같다”며 “북측에도 이런 안타까운 점들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고려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적으로,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갈등하고 경쟁하더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남북의 안타까운 이산가족들이 생사 확인이라도 하고 하다못해 편지라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남북의 모든 정치의 책임”이라며 “다른 어떤 영역을 제외하더라도 이산가족들의 생사 확인, 그 다음에 최소한의 소통은 꼭 진척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정부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지금보다 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연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공 방안을 포함해 연말까지의 정국 구상에 몰두할 전망이다. 5일에는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평소 즐기는 한식 요리를 소개하며 K푸드 홍보에도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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