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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체크] 푸틴 36년 ‘종신집권’ 꿈은 이뤄진다…개헌투표서 77%가 찬성

개헌 이전 대통령직 수행 횟수는 0회로 백지화 가능

개헌안 통과되면 2036년까지 사실상 영구집권 가능

개헌안, 이미 3월 상하원 승인 마쳐…“본 투표 러시아 전역 시작”

푸틴 “국가 상황 바뀌어 개헌 필요” vs 야권 “장기집권 술수”

세계 주요지도자 집권기간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36년까지 장기 집권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 25일부터 30일까지 6일 동안 진행된 헌법 개정 관련 사전투표 출구조사에서 러시아 국민 3분 2 이상이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 VTsIOM은 25개 지역 800개 투표소에서 16만3,124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출구조사 결과, 조사에 동의한 사람의 76%가 개혁을 지지했다. 반대는 23.6%에 그쳤다.

이번 개헌이 통과되면 4번째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2024년으로 예정된 다음 대선에 또다시 출마할 수 있다. 당선 된다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역임할 수 있다. 2000년 처음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2008~2012년 실세 총리 재직 기간을 빼더라도 30년 넘게 크렘린궁에 머무는 초장기 집권자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대통령·총리로 총 36년 집권하는 푸틴 대통령은 구소련 시절 이오시프 스탈린 전 공산당 서기장보다 7년이나 더 집권하게 된다.

러시아 국민의 참여율은 높은 편이다. 정부가 투표에 나선 이들을 상대로 아파트는 물론, 자동차, 핸드폰까지 얻을 수 있는 경품 추첨권을 제공하며 독려하고 있다. 야당은 무기력 그 자체다. 감시나 독립적인 조사할 제도적, 국민적 지지가 약해 달리 막을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개헌안 핵심 내용은? 종신집권 법적 근거 마련
개헌안 핵심 내용은 30년 종신집권을 위한 법적 명분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월 국정연설에서 대통령과 의회, 사법부 간 권력 분점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개헌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2024년 4기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개헌 이전의 대통령직 수행 횟수는 0회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현재 러시아는 대통령직의 3연임을 금지한다. 1999년 12월31일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취임한 푸틴 대통령이 2008년 자신의 부총리였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올리고 총리로 자리를 옮겼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개헌이 통과되면 푸틴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도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 개헌 이전에 수행한 대통령직 수행 횟수가 모두 사라져 ‘0회’가 됐기 때문에 연임에 전혀 문제가 없다.

지난달 6월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 장관과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국민투표는 요식행위? 상하원과 헌재에서 이미 승인
이번 개헌안 국민투표는 사실 법적인 의미가 전혀 없는 요식적 행위라는 분석이 많다.

사실 개헌안은 지난 3월 상하원의 심의와 헌법재판소의 승인을 마쳤다. 국민투표를 하지 않아도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새로운 헌법은 이미 인쇄돼 서점에서도 유통되는 실정이다.

다만 국민투표를 진행한 이유는 재집권을 위한 정당성 확보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다.

개헌안에 대해 ‘예’와 ‘아니오’ 뿐인 선택안이라고 영국의 BBC 방송은 지적했다. 모든 개헌안을 수용하거나, 모든 내용을 거부해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투표소에서 여성 유권자가 마스크를 낀 채 개헌안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물불 안 가리는 푸틴…종신집권 위해 아파트·車 ·스마트폰 경품 푼다
푸틴 대통령의 종신 집권을 위한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러시아 정부가 경품을 대거 내걸었다. 정당성 확보를 위해 투표율을 최대한 높이기기 위해서다.

크렘린의 목표 투표율인 최소 55%를 넘기 위해 갖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인구 1,250만명인 모스크바는 투표자 중 200만명을 뽑아 총 100억루블(약 1,740억원) 규모 상품권을 뿌릴 계획이다. 상품권으로 시내 3,000여곳의 식당과 유통 업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시베리아에 있는 인구 110만 도시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는 투표자 경품으로 아파트 10채가 나왔다. 지자체마다 스마트폰, 자동차 등을 경품으로 걸어 놓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도 장기 집권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국영 ‘로시야1’TV 인터뷰에서 “7월 1일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통과되면 2024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종신집권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또 “헌법 개정이 없으면 2년 후쯤 여러 권력기관에서 본연의 업무를 하는 대신 내 후계자를 찾으려고 눈을 돌릴 것”이라며 “지금은 일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설치된 러시아전국투표를 알리는 포스터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는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무원과 국영기업 직원에 대한 압박까지 시작했다. 일부 공무원과 교사, 공기업 직원들은 유권자 등록을 완료했다는 증거를 제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투표 홍보 활동도 적극적이다. 코로나 확산 우려에도 투표 시작 전날인 24일에는 러시아군이 전승기념일 퍼레이드를 열기로 했다. 러시아의 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이 등장해 “나라면 러시아어를 지키기 위해 이번 개헌을 찬성하겠다”고 선언하는, 개헌 내용과 별 상관없는 선거 홍보물도 등장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푸틴 “국가 상황 바뀌어 개헌 필요” vs 야권 “장기집권 술수”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각) 러시아 전역에서 개헌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시작했다. 러시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표 장려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지지율이 몇 퍼센트까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난 5월 초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레바다 첸트르(Levada Centre)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59%까지 하락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 탓이다.

야권은 개헌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합법화하기 위한 술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동시에 전자 투표와 7일간에 걸친 연장 투표로 투표 조작 가능성도 커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원내 제1야당인 공산당은 유권자들이 국민투표에서 ‘반대’ 표를 던질 것을 요청했고, 일부 야권 단체들은 선거 거부를 주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개헌 시도 /연합뉴스


하지만 크렘린궁이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개헌안은 국민투표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작가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는 독립 언론 노바야가제타에 칼럼을 기고하고 “2020년 7월1일은 러시아 역사에서 종말의 시작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그날 우리는 현대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중앙아시아 스타일의 (독재) 통치로 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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