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와 건설자잿값 등이 오르면서 서울 지역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의 조합원 추정 분담금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단지의 추정 분담금은 1년 새 15%나 올랐다. 조합원들이 고급화 전략을 택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강도 높은 산업재해 처벌 예고로 안전관리 비용까지 증가하면서 아파트 공사비는 더 올라갈 전망이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원의 추정 분담금은 면적 3.3㎡당 1000만 원에서 1150만 원으로 1년 새 15%가 올랐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종전자산가치총액이 올랐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으로 건설 원자재 가격도 줄곧 상승한 탓이다. 또 압구정2구역은 재건축 후 모든 가구를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배치하고 장수명·가변형 구조 설계를 적용해 내구성을 강화하는 데 이어 커뮤니티 고급화도 진행해 공사비가 크게 올랐다.
압구정동뿐만 아니라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주요 단지의 3.3㎡당 공사비는 1100만 원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성동구 성수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재건축 단지도 예상 공사비가 계속 오르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2지구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의 총 사업비 규모는 1조 7864억 원으로, 3.3㎡당 공사비는 1160만 원에 달한다. 앞서 성수1지구도 3.3㎡당 공사비를 1132만 원으로 입찰공고를 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3.3㎡당 공사비로 1120만 원을 제시했다. 서울의 한 정비사업 추진위원장은 “이미 조합과 시공사 간 협의 과정에서 3.3㎡당 공사비 1000만 원을 기본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라며 “조합원 분담금 상승으로 일반분양가 상승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압구정2구역도 예상 일반분양가를 1년 전 3.3㎡당 8000만 원에서 이번에 9000만 원으로 1000만 원 올렸다.
실제로주거환경연구원이 지난해 시공사 선정에 나섰던 전국 정비사업장 중 공사비가 공개된 65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정비사업장 평균 공사비는 3.3㎡당 842만 7000원에 불과했다. 건설 공사 직접비의 물가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인 건설공사비지수도 2023년 127에 머물렀지만 올해 6월에는 131.04를 기록했다.
문제는 예상 공사비가 시간에 따라 더 높아질 것이란 점이다. 건설업계가 중대재해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만큼 안전 관리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스마트 안전진단 장비를 핵심 부품 등에 도입하고 CCTV를 늘린데다 건설기계 전담 인력 교육을 확대하는 등 현장 안전 수준을 강화하면서 비용 증가가 불가피해졌다”며 “이로 인한 공사 기간 지연으로 공사비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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