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명의 케이블TV ‘딜라이브’ 이용 고객들은 tvN의 예능이나 드라마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프로그램 사용료를 두고 CJ ENM과 딜라이브의 갈등이 ‘블랙 아웃(송출 중단)’까지 언급되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딜라이브는 지난 6일 “CJ ENM은 지난달 13개 채널의 송출 중단 통보를 한데 이어 딜라이브 가입자에게 채널공급 종료에 대한 안내공지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면서 시청자들의 사전인지 및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반 의무들을 이행해 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딜라이브 측은 “시청자의 피해가 없도록 정부의 중재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자막공지를 강요하는 있는 CJ ENM이 시청자의 시청자 보호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CJ ENM은 딜라이브에 프로그램 사용료 20% 인상을 요구하면서 공문을 통해 ‘사용료가 인상되지 않을 경우 tvN, OCN 등 13개 채널을 한꺼번에 공급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채널 송출이 중단되면 딜라이브 가입자들은 CJ ENM 계열 채널 13개를 볼 수 없게 된다.
CJ ENM의 이 같은 강공에 딜라이브는 시청자를 볼모로 삼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통상적인 인상률과 비교해 20%라는 과도한 인상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CJ ENM 측은 “프로그램 사용료가 수년간 동결이었고, 지상파나 종편에 대해서만 사용료가 인상돼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사용료 갈등이 아니라 유료방송 시장이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케이블TV사업자(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간의 전통적인 갑을 관계가 바뀌면서 나타난 대표 사례라는 분석이다. 또 케이블TV 가입자는 지속해서 감소해 영향력이 줄어든 반면 콘텐츠를 공급하는 PP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기 대문이다. 특히 CJ 계열 PP는 시청률은 물론이고 광고 단가도 이미 지상파를 넘어선 상황이다.
달라진 CJ ENM의 위상에 LG 유플러스 같은 인터넷TV(IPTV) 사업자나 LG헬로비전 등 다른 케이블TV 등은 이미 CJ ENM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요구를 수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CJ ENM의 콘텐츠는 이미 지상파 이상의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면서 “이들의 사용료 인상안을 사실상 거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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