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글로벌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주 유럽 등을 덮치며 확산세를 보였던 2·4분기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 특수’가 실적 선방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7일 올 2·4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8조1,000억여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 1·4분기에 비해 매출은 6.02% 감소하며 주춤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25.58%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실속을 챙긴 경영 성적표가 더욱 빛난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7.36% 떨어졌지만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에서 22.73%나 끌어올렸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의 영업이익보다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역대급 실적이라는 설명이 나오는 부분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전년동기인 지난해 1·4분기 매출 56조1,300억원, 직전 분기인 올 1·4분기에는 매출 55조3,3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번 2·4분기 실적은 증권가의 영업이익 예상액을 1조원 이상 뛰어넘은 결과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6조원 후반에서 7조원대 초반의 영업이익을 올릴 거라 예상해왔다. 이 같은 ‘깜짝’ 실적은 서버 및 네트워크용 반도체 시장 상황은 물론 각 사업부문의 비용절감 등에 힘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코로나19로 미주 유럽 등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폐쇄돼, 역설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을 할 수 있었던 점도 각 사업부문별 탄탄한 실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에서 거둔 1회성 수익도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반도체사업부문(DS)이 코로나19로 소비자의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며 실적에 탄력을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미주와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이동제한 조치가 취해지며 재택근무와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며 역설적으로 서버용 DRAM(D램) 등 주요 제품의 몸값이 뛰어오른 것이 이번 실적의 발판이 되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글로벌 데이터 수요가 폭증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서버 생산 차질을 우려하며 서버용 부품 재고를 축적한 탓에 서버용 D램은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도 일시적으로 빚어졌다. 그 결과 서버용 D램 가격(DDR4 32GB 기준)은 연초 109.0달러였지만 2, 3월 상승을 거듭하며 4월에는 143.1달러까지 오른 뒤 5월에도 이 가격이 유지됐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D램 반도체 수요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모바일 부문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된 상황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대면 판매에 제한을 받았던 무선사업부문(IM)도 소비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며 직전분기보다 선방한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스마트폰의 제품 경쟁력이 낮아진 화웨이의 시장점유율을 유럽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꿰찬 것도 이번 실적에 힘을 보탰을 것이라 보고 있다. 가전사업부문(CE)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소비자들이 TV를 비롯한 홈엔터테인먼트용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8조원대의 영업이익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이미 확고한 기술 리더십이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수익성이 개선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며 “특히 대면구매 비중이 높은 스마트폰 판매가 저조한 상황 속에서 일군 실적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 등에 따른 추가적인 거시적 위기가 오더라도 이익을 방어해 낼 수 있을 것이란 시장 기대도 높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하반기에도 이번 ‘선방’이 이어질지 우려하고 있다. 서버용 D램 수요를 맞추기 위해 스마트폰용 D램 생산 역량을 전환한 반도체 업계가 3·4분기 본격적으로 서버용 D램 물량을 쏟아내면서 시장 가격이 상반기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이상 D램 메모리 가격은 전분기에 비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