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못참은 단 한 차례의 성관계가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을 무너뜨렸다.
다른 나라에 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호주에 코로나19 2차 유행의 공포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호주 공영방송 채널9 뉴스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남부 빅토리아주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빅토리아주에서는 지난 6월 첫째 주만 해도 하루 평균 확진이 9건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한 주 동안에는 하루 평균 109건이 보고되는 등 이날에 127명의 확진자가 나와 코로나19 발생한 이래 일일 최고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빅토리아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660명, 사망자는 22명이다.
호주 코로나 청정국가에서, 지역사회 2차 유행 우려로 공포 |
그러나 6월 말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면서 이제는 멜버른이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최근 두 자릿수 확진자가 10일 넘게 발생 중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 1일 자정을 기점으로 코로나19 신규 환자들이 집중된 멜버른의 브로드메도우, 부르클린, 글랜로리, 브런스위크 등 10개 지역을 대상으로 4주간 3단계 봉쇄령이 내려졌다.
다니엘 앤드류스 빅토리아주 총리는 “코로나19의 전염성 때문에 전례 없는 특별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 지역을 봉쇄하지 않으면 멜버른 전 지역을 봉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유행 원인은? 자가 격리자와 성관계한 경비원들 탓 |
그런데 호주 정부는 급증 원인에 대한 역학 조사를 통해 멜버른에 코로나19가 퍼진 경위를 확인하면서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어이없게도 호텔에서 자가 격리자를 관리하는 사설 경비원들이 욕망 때문에 이성을 잃고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소위 ‘슈퍼전파자’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호주 공영방송 채널9 뉴스등 언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주는 해외 입국자들을 호텔에 격리하고 밖으로 못나가게 경비원들이 지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호텔에서 자가 격리를 하던 격리자와 ‘잠자리’를 같이한 경비원들이 다시 가족과 지역사회에 전염을 시키면서 2차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호주 당국은 2차 유행의 원인과 감염자 역학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사설 경비원들의 감염사례가 증가했는데 주목했다. 조사과정에서 일부 경비원들이 격리자와 잠자리를 같이 한 것이 드러났다. 멜버른 스탬포드 프라자 호텔에서 격리자와 잠자리를 같이한 경비원 관련 확진자만 31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격리자들로부터 감염된 경비원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지역사회에 감염을 시켜 지역사회 2차 유행의 역할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사설 경비원들에 대한 관리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채널9 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경비원들은 격리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하고, 다른 방에 격리된 가족들을 서로 방문해 카드게임을 하는 것을 허용했다.
또 일부 격리자들을 편의점에 데려다 주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경비회사는 경호원들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 자신들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어 인원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확진 검사를 받지 말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 시드니-멜버른 왕래 막는다…101년전 스페인독감 이후 처음 |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와 빅토리아주 총리들은 7일 오후 11시59분부터 두 주 사이의 왕래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니얼 앤드루스 빅토리아주 총리는 “이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조치 중 하나이며 현명하고 적절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글래디스 베레지킬리안 NSW주 총리도 “이것은 호주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통로 폐쇄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결정으로 두 주의 경계에 있는 55개의 통로는 모두 폐쇄된다. 경찰이 배치돼 주민들의 통행도 막을 예정이다. 다만 상대편 주를 반드시 방문해야 할 경우에는 사전에 온라인으로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목할 점은 두 지역과 통로 폐쇄의 역사적 기록이다. 빅토리아주에는 대도시 멜버른이 있고, NSW주에는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가 위치해 있다. 로이터는 “두 주 사이의 통로가 폐쇄된 건 1919년 스페인독감 유행 기간 이후 100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다니엘 앤드류스 빅토리아 주총리는 “스콧 모리슨 연방 총리와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뉴사우스웨일스 주총리와의 협의 과정을 거쳐 빅토리아 주경계를 폐쇄한다”고 말했다. 빅토리아 주경계 폐쇄는 7일 밤 11시 59분부터 발효된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