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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견인 살펴볼 사람이 없어요"…가정법원의 깊어가는 한숨

매년 후견감독사건 느는데 담당 인력은 부족

일부법원 제외 겸직하는 경우 많아 업무과중

감독 사각지대서 후견인이 횡령 저지르기도





# 지난 2011년 제주도에 살던 현모(56)씨는 불의의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현씨는 뇌병변장애를 얻어 사지가 마비됐고 수차례 뇌수술을 받았지만 건강하던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었다. 3년 뒤 법원은 현씨의 친형(57)을 성년후견인으로 선임했다. 이듬해 친형은 1억원이 넘는 성년후견인 보험금을 타고 추가 대출을 받아 2억3,5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사들였다. 이후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형은 2017년 제주지법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정상적인 사무처리능력이 부족한 이들을 도와줄 후견인 수요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후견감독사건이 몰리는 가정법원의 경우 인력확충 없이 기존 업무에 후견감독업무까지 더해지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후견인은 특정인의 몸과 재산을 법적으로 보호하거나 대신할 책임자를 법원이 지정하는 제도다. 대리 당사자의 성년 여부에 따라 미성년후견인과 성년후견인 제도로 나뉜다. 미성년후견인과 성년후견인 모두 법원의 후견사건 심판을 거쳐 선임된다. 후견인이 지정되면 법원은 곧바로 후견감독사건을 개시해 후견인 관리에 돌입한다. 현씨와 친형의 사례처럼 후견인 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7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후견사건과 후견감독사건은 전국 8개 가정법원, 6개 지방법원, 38개 지원 등 총 52개 법원이 맡고 있다. 이들 법원의 지난해 후견감독사건은 총 1만7,816건이었고 이 가운데 8개 가정법원이 맡은 사건은 9,299건으로 전체의 52.2%를 차지했다. 후견인을 감독하는 일의 절반 이상이 전국에 소수만 존재하는 가정법원의 몫인 셈이다. 전체 후견감독사건이 2016년 7,241건에서 2017년 1만541건, 2018년 1만4,183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은 가정법원의 업무부담도 그만큼 가중됐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후견감독사건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매년 다수의 사건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노인을 대리하는 사례가 많은 성년후견인의 경우 피후견인이 사망해야 후견사무가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수의 후견감독사건이 빠르게 종결되지 않고 해를 넘어가는 이유다. 지난해 후견감독사건 1만7,816건 중 당해 연도에 새로 추가된 사건은 4,947건이었던 반면 이전부터 이어져온 사건은 1만2,869건으로 전체의 약 72.2%에 달했다.

문제는 후견감독사건의 증가세에 비해 가정법원의 후견감독 담당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8개 가정법원에 주어진 후견감독 담당자는 각 1~15명에 불과했다. 서울가정법원의 경우 지난해 후견감독사건은 총 3,469건이었으나 후견감독 담당자는 15명뿐이었다. 담당자 한 명에게 231건의 사건이 배당된 꼴이다.

현행법상 후견감독은 가사조사관 또는 법원 직원이 수행한다. 가사소송에 대한 자료수집을 담당하는 가사조사관의 경우 본업에 더해 후견감독사건까지 맡아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후견감독을 전담하는 인력이 배치된 곳은 전국에 서울가정법원과 인천가정법원 두 곳뿐이고 나머지 가정법원의 후견감독사건 담당자는 서무 등 다른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 1월 서울·인천·수원·대구·부산·광주가정법원에 각 1명씩 총 6명의 가사조사관을 추가 배치했지만 나날이 증가하는 후견감독사건을 제대로 관리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후견감독 담당자가 겸직을 하는 경우가 많아 업무가 몰려 실질적인 후견감독 담당이 어렵다”면서 “올바른 후견사무를 위한 후견인의 견제와 지원이 중요한 만큼 가정법원에 더 많은 후견감독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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