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광주에서 잠적했던 60대 남성이 약 10시간 만에 전남 영광군의 한 공사현장에서 발견됐다. 이 남성은 잠적하기 전 보건 당국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며칠 안으로 갚아야 할 100만원의 빚이 있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9시35분께 광주지역 118번째 확진자 A(65)씨가 거주지에서 55㎞ 떨어진 전남 영광군 군남면 모처로 이동한 사실을 파악하고 신병을 확보했다. A씨가 전날 오후 11시께 확진 판정을 통보받자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한 지 10시간 만이다.
A씨는 잠적하기 직전 보건 당국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감염보다 격리 기간 동안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에 더 크게 낙담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 처지인데 격리로 돈을 벌 수 없게 돼 삶에 미련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무증상 감염자로 감염경로가 광주사랑교회로 이어진다.
이후 경찰에 의해 발견된 A씨는 공무원으로부터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자세히 설명 듣고 나서야 격리 치료 방침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소동을 벌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A씨가 거주지를 이탈하고 잠적하면서 당국은 경찰에 소재 파악과 신병 확보 요청을 했다. 이에 경찰은 지방경찰청과 일선경찰서의 수사·형사·여성청소년(실종)·경비 등 가용 인력 142명을 투입해 A씨의 최근 동선을 중심으로 추적에 나섰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동구 용산동 거주지 주변 주택가와 하천, 수풀, 철길 등에도 기동대원을 투입해 수색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A씨는 인테리어업체 관계자 등 다수와 밀접 접촉했다. 또 A씨의 밀접접촉자들은 이미 친척 등 다른 사람을 만난 상황이었다. 당국은 역학조사를 통해 A씨와 접촉한 사람들을 전수 조사하고 진단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또 A씨가 다녀간 동선을 파악해 현장 방역 등을 강화했다.
A씨는 빛고을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됐고, 공사 현장 관계자 등 직·간접 접촉자는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보건 당국은 경찰이 A씨의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자체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한 만큼 별도로 고발 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다. A씨에 대한 본격적 수사는 치료와 격리가 끝나고 나서 시작될 예정이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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