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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반도' 연상호 "출발은 '조그만 아이가 덤프트럭 운전'하는 이미지였다"

/사진=NEW 제공




더 빨라지고 거대해졌다. 연상호 감독이 2016년 ‘부산행’으로 K-좀비 시대의 서막을 열더니 포스트 아포칼립스(세계 종말 이후) 세계관을 담아낸 ‘반도’로 또 다시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를 구현해냈다.

‘반도’는 ‘부산행의 세계관 속에서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은 어떻게 변화했을까’라는 연 감독의 상상에서 시작됐다. ‘부산행’이 좀비 바이러스의 시작을 그렸다면, ‘반도’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한국의 모습과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부산행’이 개봉 당시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속편 격으로 볼 수 있는 ‘반도’에 대한 관심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관심에 부응할 만큼 영화의 규모도 커졌다. 제작비도 ‘부산행’이 약 80억원 가량인데 비해 190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약 1년 간 프리프로덕션에 공을 들였고, 촬영 시간 또한 철저하게 배분했다. 연 감독은 “시간이 다 돈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됐다”며 웃었다. 예산의 압박도 있었고, 이 같은 규모의 대작을 처음에는 맡고 싶지도 않았다고 했다.

“처음 반도를 구상했을 당시 영화화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예산 문제였어요. 예산을 계산하면 200억, 300억이 나왔거든요. 200억이 넘는 영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죠. 그러나 영화가 진행이 되면서 150억 안에 개발해서 만들겠다는 게 목표였고, 결과적으로는 마케팅 비용을 빼고 160억원의 영화 제작비가 들었어요. 영화를 세 편째 하는데 별의 별 일이 다 있어요. 상상하는 것처럼 되는 게 아니에요.”

‘반도’는 전대미문의 재난 뒤 폐허의 땅으로 다시 들어가는 이야기다.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던 ‘정석’(강동원)이 바깥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반도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제한 시간 내에 지정된 트럭을 확보해 반도를 빠져 나와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던 중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와 대규모 좀비 무리가 정석 일행을 습격한다. 이 와중에 민정(이정현)의 네 가족을 만나 위기를 모면하고, 이들과 함께 반도를 탈출하기 위한 기회를 잡기로 한다.

“이런 대규모 영화에서 스토리적 트위스트를 준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캐릭터에 변주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정석이란 캐릭터가 기존 영화의 주인공일법 하지만, 다른 느낌의 히어로로 가는 게 낫겠다 생각했어요. 애초에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 자체가 주인공이라 생각해요. 이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가 뭐가 있을까 생각했고, 조그만 아이가 덤프 트럭을 운전하는 이미지로 부터 출발했어요. 그 캐릭터가 준이죠.”

/사진=NEW 제공


연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이성이 무너지고 야만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의 삶과 휴머니즘을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살아남은 인간의 야만성과 이기심을 전적으로 드러내는 631부대는 영화에서 흥미로운 요소이자 소재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광기의 인간 집단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두 개의 후보가 있었어요. 하나는 타락한 군대(631부대), 다른 하나는 광기의 종교집단이었죠. 결국 전자를 선택했어요. 특별히 그 집단을 표현하겠다는 것 보다 전체적인 영화의 그림을 볼 때 액션 면에서 카체이싱을 메인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전자를 표현하는 게 낫겠다 생각했죠. 또 공권력이 무너진 세상이잖아요. 이를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631부대를 그려냈어요. 또 631부대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는 인간성이 상실됐다는 점을 표현하기 위해 번호로 가는 게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고요. 631부대원들이야말로 ‘변종 좀비’라고 생각해요.”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속도감과 타격감 넘치는 압도적 스케일의 액션이다. 생존자들은 총기류를 비롯한 온갖 무기를 활용해 좀비와 정면으로 맞서고, 화려한 조명의 RC카와 연막탄으로 유인하며 영리한 플레이를 펼친다. 광활한 도시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카체이싱 액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거리 위로 쏟아져 나오는 좀비 떼를 돌파하며 생존을 향한 폭풍 드라이브를 펼치는 추격 장면은 영화 ‘매드맥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부산행’이 한정된 공간에서의 타격감과 액션을 선보였다면, ‘반도’의 아이디어로는 카체이싱이 떠올랐어요. ‘스피드 레이서’란 만화에서 영감을 얻었죠. 차가 거의 쿵푸를 하는 수준이었는데 무술감독과 촬영감독, CG팀이랑 꽤 오랫동안 회의를 했어요. 촬영 전에 이미 카체이싱 장면을 샷바이샷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해 놨고, 몇 프레임 차이가 안 날 정도로 그대로 구현이 됐어요.”

/사진=NEW 제공


전 세대를 아우르는 캐스팅 라인업도 흥미롭다. 강동원, 이정현,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김도윤, 이레, 김예원 등이 영화를 수놓는다. 당대 최고의 스타부터 독립영화계의 라이징 스타, 생소한 아역배우들까지. “부산행에 마동석이 있다면, 반도에는 이레가 있다”고 했던 연 감독의 말처럼 영화에서 이레의 캐릭터가 눈에 띈다. 준이 캐릭터를 상상하면서 기획된 영화인 만큼, 준이 역할 캐스팅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결국 연 감독의 선택은 아역배우 이레였다. 화려한 카체이싱 드래프트 실력으로 좀비떼를 말 그대로 쓸어버린다.

“이 역할은 캐스팅 단계에서 좀 논란이 됐던 걸로 기억이 나요. 연령대를 20대로 올려서 라이징 스타를 쓰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전 좀 어려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레를 생각해. 미팅을 했는데 본 순간 이레와 친하게 지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로서 엄청 잘될 거 같았죠.(웃음) 너무 멋있어요. 연기도 잘 하고.”

영화는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보호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자기 자신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직접 싸운다. 민정 역의 이정현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할아버지 김노인(권해효)를 지키는 가장이기도 하다. 가녀린 체구를 가졌지만, 총을 자유자재로 겨누며 631부대와 좀비에 맞서 싸운다. 이정현은 애초부터 연 감독의 ‘원픽’이었다.

“민정 역에 이정현 배우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어요. ‘부산행’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공유가 아빠역할 이었잖아요. 아빠와 너무 거리감이 있으면 안 되고, 또 너무 아빠같은 느낌도 재미가 없잖아요. 민정 역 또한 엄마이자 포스트 아포칼립스 안에 잘 어울리는 인물이여야 했죠. 이정현은 그동안 여러가지 활동을 했고, 아주 독특했어요. 가수 할 때도 그렇고, 연기할 때는 이정현 배우만의 기묘한 감수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악바리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필요했던 이미지가 중요했는데. 깡이 세 보이는 이미지를 찾다보니 이정현 배우가 제 ‘원픽’ 이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 된 한국 영화시장에 ‘반도’가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반도’ 개봉 이후 관객 증가 추세가 코로나19 이후 여름 영화계 흥행을 예측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정상화보다는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할 시기인 것 같아요. 언론 시사회 때 모처럼 극장이 북적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영화가 책임감을 가져야 될 거라고 생각했죠. 영화 관람에도 다양한 플랫폼들의 범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이러한 제 고민이 반영된 게 ‘반도’예요. 저희 영화도 아이맥스, 4DX 등 6개의 상영 방식으로 관람할 수 있죠. 제가 어렸을 때 극장에 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이자 나들이였는데, ‘반도’가 그런 좋은 이벤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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