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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한문학은 K콘텐츠의 원형이 숨겨진 보물창고"

"한문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나가면

세계인의 공감대 이끌어낼 수 있어"

신간 '퇴근길인문학수업-뉴노멀'편

공동 저자로 참가한 한문학자 안나미

세대간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지혜

조선시대 선비에게서 찾아내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가 동양에 시선을 집중하는 까닭은 인류 보편적 사고의 원형을 동양의 스토리에서 찾고자 하기 때문이죠.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에 통할 만큼 공감대가 형성되는 요즈음 우리의 이야기 원형을 현대화하는 연구가 더욱 필요합니다.”

최근 출간된 ‘퇴근길인문학수업-뉴노멀’편(한빛비즈 펴냄)의 필자로 참가한 안나미(사진) 성균관대 한문학과 초빙교수는 최근 본지와 만나 “한문학은 흘러간 옛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시대 정신이 담겨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단행본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8년간 운영해 온 인문학 강연 사업을 바탕으로 개발한 교양서로 총 5권의 누적 판매 20만권을 기록하면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어 지난 6월말 여섯번째로 ‘퇴근길인문학수업-뉴노멀’편이 출간됐다. ‘뉴노멀’편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나가기 위해 갖춰야 할 인문 교양과 지식으로 구성했다. 인간의 실존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기 위해서다. 우주와 지구, 디지털과 아날로그, 일과 인권 그리고 고령화 등 사회 전반에 스며든 인문사상을 되새겨 보자는 취지다.

안 교수는 ‘세대 화합을 이끄는 지혜’라는 주제로 조선의 선비들이 어떻게 세대차이를 긍정적으로 발전시켰는지를 풀어냈다. 그는 조선 최고의 생활경제 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를 쓴 실학자 서유구가 그의 할아버지 서명응의 가르침을 받아 가난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했던 정신을 되살린 사례를 재구성했다. 서유구는 당시 사대부의 관심 밖이었던 농학을 공부하고 백성들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기술을 글로 옮겨 쓴 배경을 소개했다. 또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26년이라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치열하게 논쟁했던 학문적 동지가 된 사례를 이어서 소개했다. 그는 “조선시대 선비 중에서 후대에 더 나은 것을 물려주고 공유하려고 했던 생각을 했던 사례를 찾아냈다”면서 “퇴계 이황은 자신의 주장에 반문하는 나이 어린 기대승에게 자신의 학문적 부족함을 밝히며 서로 친하게 지내자고 편지를 썼던 큰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선조들에게 배울 수 있는 세대 간의 갈등 해소법은 없을까. 안교수는 이덕무의 수필집 ‘선귤당농소’의 한 대목을 빌려와 그 해법을 책에 담았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면 우러러 사모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면 아껴주어 교제하면서 서로 격려하고, 나보다 못한 사람이면 가엽게 여겨 가르쳐준다면 천하가 태평할 것이다.’



그는 “나이와 인격은 비례하지 않는다”면서 “전통사회의 가치관이 사회를 움직이는 정신적인 원동력이었던 과거에는 세대구분을 나이로 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이제는 자칫 ‘꼰대’로 불리기 십상이다. 나이 대신 실력과 경력으로 서로 존중하는 새로운 가치관이 자리 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시대의 규범을 한문학에서 찾아내 연구하는 인문학자다. 어린 시절 천문학을 좋아해 사단법인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사무총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조선시대 과학기술을 번역할 수 있는 한문학자이기도 하다. 국립중앙도서관 한문학 해제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조선의 과학기술관련 사료를 소개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조선시대 천문학 관련 책에는 점치는 법을 정리한 문고본이나 풍수지리 관련 사료가 적지 않다”면서 “‘애인이 언제 나타나나’ ‘이사 가기 좋은 날은 언제인가’ 등 조선시대 점서(占書)를 보면 지금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문학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몰입하는 안 교수는 방송작가 경력이 큰 밑거름으로 작용했다고 믿는다. 1991년 EBS 공채 1기 작가로 입사해 18년간 방송작가로 활동했던 그는 ‘라디오문학관’, ‘책과의 만남’ 등 프로그램 구성에 참여하면서 스토리 발굴과 재구성의 노하우를 익혔다. 그는 “방송작가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글을 썼던 경험은 지금도 유효하다. 고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콘텐츠로 재구성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문학에 숨겨진 보석같은 이야기를 찾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해설을 쓰는 것이 한문학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문학자 임형택 교수와 부안군청의 지원을 받아 유형원의 ‘반계수록’ 번역작업에도 참가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한중문학교류를 학자로서의 평생 화두로 삼고 연구하는 안 교수는 “조선시대 문학작품은 물론 실용서에 이르기까지 아직 번역되지 않은 작품이 많다. 그 속에 담겨있는 지혜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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