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2013년 맺은 회계협정을 파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이번에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광범위한 제재를 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는 국가안보의 문제”라며 “(파기) 조치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크라크 차관은 “우리는 더이상 미국의 주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미국 기업들을 불리하게 만들 수 없다”면서 “금융시장에서의 우리의 우위를 약화시킨다”고도 지적했다.
또 다른 행정부 관계자들도 미중 간 양해각서(MOU)를 폐기하는 방안이 고려 중이며, 백악관 역시 이번 논의에 관여했다고 전했다. 백악관과 워싱턴DC 주재 중국 대사관, 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모두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미국은 2013년 맺은 MOU에 따라 중국 기업의 미 회계규정 준수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은 미국이 아닌 중국식 회계 규정을 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의 미 증시 상장은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협정 파기에 따라 중국기업에 미국식 회계규정이 적용되면 미 증시 상장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회계협정이 맺어질 당시에는 미국에서 폐쇄적인 중국 기업의 금융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얻을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환영 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상장기업회계감사위원회(PCAOB)에서 중국 기업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불만을 표출해왔다고 통신은 전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던 루이싱커피가 회계부정 사건으로 나스닥에서 상장폐지되는 사건까지 발생하자, 미 정부는 중국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로이터는 이번 협정 파기가 이미 미 증시에 상장돼 있는 알리바바나 바이두 같은 대기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신규 중국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은 한층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다만 “협정 파기에는 양측이 30일 전에 통보하기로 되어있어 미국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파기할지는 불분명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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