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성추행 피고소 사실을 인지했는지, 혹은 언제 인지했는지 여부를 놓고 박 시장 측근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15일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은 지난 8일 박 시장에게 “혹시 실수하신 일이 있으신가”라고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박 시장이 실종 직전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인물인 고한석 비서실장은 자신은 성추행 피소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고 실장은 이날 오전 9시부터 3시간 반 동안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고 비서실장은 박 시장 실종 직전 공관에서 박 시장을 마지막으로 대면한 인물로, 경찰은 고 실장을 상대로 박 시장의 사망경위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고 실장은 ‘박 시장과 마지막 통화를 나눈 것이 언제냐’는 질문에 “오후 1시39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화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아울러 ‘임순영 젠더특보가 고소당일인 8일 박 시장에게 피소당한 것을 보고한 걸 아느냐’는 질문에는 “몰랐다”고 대답했다.
이어 ‘(실장은) 피소를 인지 못하고 공관에 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젠더특보가 아니면 누구에게 (박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을) 보고 받은 건가’라고 묻자 답을 하지 않은 채 택시를 타고 경찰서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고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다른 참고인들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임 특보는 지난 8일 오후 3시쯤 외부로부터 박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언론에 전했다. 임 특보는 이후 급하게 박 시장의 집무실로 달려가 다른 업무 중이던 박 시장에게 “시장님 혹시 실수하신 게 있으시냐”고 물었다.
하지만 당시 임 특보는 ‘불미스러운 일’이 성추행 관련 혐의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한다. 임 특보는 보고 이후 박 시장의 반응에 대해서는 “‘그게 무슨 소린가’라고 제게 되물으며, 제가 ‘불미스러운 일이 돈다’고 말했더니, 시장님이 ‘바빠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나 경찰을 통해서 박 시장의 피소 사실을 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나중에 조사를 통해 밝히겠다”고 전했다.
당시 박 시장은 8일 밤 일부 구청장들과 만찬 일정을 마치고 젠더특보, 법률전문가 등과 함께 서울시 공관에서 현안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 잠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거론됐으나 논의가 오가지 않았고, 박 시장은 ‘내일 모여서 다시 얘기하자’고 회의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를 마친 박 시장은 다음날인 9일 오전 10시께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선 후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오후 5시17분쯤 가족의 실종신고를 받은 뒤 7시간 동안 수색작업을 펼쳐 이날 0시 1분쯤 성북구 북악산 성곽길 인근 산속에서 박 시장 시신을 발견했다.
서울시는 이날 박 시장의 딸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기 전 이미 사라진 박 시장의 행적을 찾는 듯 수소문을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청 관계자라고 신원을 밝힌 한 관계자는 9일 오전 11시20분과 정오 등 2차례 북악산 안내소에 전화를 걸어 “시장님이 근처에 공사하는 거 보러 가셨는데 공사 현장 갔다가 북악산 안내소 가지 않았냐”고 물었다.
JTBC는 “당일 취소된 박 시장의 일정엔 공사 현장 방문이 없었고, 서울시장이 직접 챙겨야 할 공사 현장도 없었다”며 “(박 시장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공사 현장 방문이라는 다른 이유를 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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