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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최숙현법'으로 해결될까

박민영 문화레저부 차장





“운동선수로서 밝은 에너지가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면 합니다.”

최근 서울 중구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만난 프로골퍼 신지애(32)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신지애는 한 이벤트에서 받은 상금을 성금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한국·미국· 일본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총 54승을 거두고 일찌감치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그는 여자골프의 ‘지존’으로 불린다.

신지애의 또 다른 별명은 ‘기부왕’이다. 중학교 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여의는 시련을 극복하고 최정상에 오른 그는 꾸준히 나눔을 실천해왔다. 지난 2016년부터는 자살예방과 자살유가족 가정 돕기에도 적극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 산하 청년리더들을 위한 국제기구 글로벌 셰이퍼 활동을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신지애에게 스포츠인으로서 세상과 사회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묻자 그는 한 일본인 아주머니 팬의 사례를 들려줬다. 4년 전 아들을 잃고 우울증이 왔는데 신지애의 플레이를 보고 힘을 찾아 그 뒤로 ‘찐팬’이 됐단다. 신지애는 “그분은 성적과 결과가 아니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응원을 보낸다. 그런 분들에게 ‘저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며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힘내시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스포츠의 사회적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대답이었다.

요즘 체육계는 고(故) 최숙현 선수 사태로 또 한번 홍역을 앓고 있다. 스포츠계의 폭력은 잊을 만하면 고개를 든다. 그때마다 정부와 체육계는 실태조사와 대책마련에 나섰다. 2014년에는 폭력을 1순위로 지목한 스포츠 분야 ‘4대 악(惡)’ 척결을 외쳤고 올 초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폭로가 ‘스포츠 미투’를 촉발했을 때는 인권교육을 강조했다. 하지만 상황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이번에는 암묵적이고 일상적인 폭력행위와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 가해자에 대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8월에는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해 스포츠계의 비리와 인권침해 사례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체육단체에 징계를 요구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강력한 법제도 중요하고 관할기구도 필요하다. 하지만 스포츠 가치에 대한 인식전환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사람이 먼저다. 성적 지상주의가 지금도 체육계 변화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시대가 변했다. 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얻은 승리에 열광하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 현대 스포츠는 신체활동과 승부에 국한되지 않고 복합적인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아 정치·경제·교육 등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어린 세대에 미치는 힘은 말할 것도 없다. 체육계가 스포츠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자각하고 선한 영향 끼치기에 힘쓰기를 기대한다. 이는 문제 해결의 열쇠인 동시에 사회에 대한 책무이기도 하다.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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