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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시경제'라며 상법·공정거래법 강행은 이율배반

경제계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재검토 의견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상법 개정안 중에서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강화 등이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지목됐다. 공정거래법개정안의 지주회사 지분율 강화, 전속고발권 폐지 등도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조항으로 거론됐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회사 손해에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다. 개정안대로라면 상장사의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0.01%만 갖고 있으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사사건건 소송을 걸 수 있는 구조에서 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크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의무 지분율을 높이는 조항은 지분매입 비용 증가로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여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가령 16개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지분 확보에 필요한 비용은 30조9,000억원(2019년 기준)에 달한다. 약 24만명을 추가 고용할 수 있는 돈이다. 정부가 1999년부터 추진했던 지주회사 전환유도 정책이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 그런데 지분 50%를 넘는 자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기 때문에 정책 간 충돌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전시상황”이라며 위기극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하지만 정부 여당은 오히려 강도 높은 반(反)시장 규제를 쏟아내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증유의 위기로 기업은 허우적거리는데 ‘공정경제’ 운운하며 기업의 발목을 잡는 입법을 밀어붙이는 격이다. 현장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전가의 보도처럼 규제의 칼날만 휘두른다면 공멸을 자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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