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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대학의 미래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 도입 불구

MOOC 등 온라인 강좌 경쟁력 높아

전통적 의미 대학 조만간 사라질 것

졸업장보다 더 큰 가치 줄 수 있어야





교수인 친구는 올 1학기 수업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파워포인트에 자신의 강의 모습을 합친 동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에 올리면 학생들이 클릭해 보는 방식이다. 나중에는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을 이용해 실시간 강의도 했다. 과거 대면 수업을 할 때 파워포인트를 10장 정도 만들면 3시간짜리 강의를 소화할 수 있었다. 올해는 15분 정도면 파워포인트 10장이 훌쩍 넘어가 동영상 제작에 품이 많이 들었다. 그는 “대면 수업에 비해 훨씬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스스로 강의가 충실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1학기를 마치고 교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대면 강의 만족도 조사를 보면 교수 716명 가운데 60.3%가 비대면 강의 활용 시스템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학생들 평가도 ‘대체로 만족(4점)’과 ‘보통(3점)’의 중간인 3.53으로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올 초 생각지도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사람들의 일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중에서도 학교는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까지도 개학을 미루다 마침내 비대면 수업으로 한 학기를 다 보낼 정도로 큰 변화를 겪었다. 이 변화는 물론 예정된 것이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리 그것도 강제적으로 왔다. 겨우 한 학기 만에 어느 정도 적응한 것을 보면 한국 사람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부는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이른바 그린 스마트 스쿨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노후학교를 친환경으로 바꿔 그린 학교로 만들고 스마트기기 등을 통해 미래형 학습이 가능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마트 교실로 구축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대학도 대면 수업 위주의 과거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을 알기에 비대면 수업을 위한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대학의 미래다. 비대면 강의를 잘하면 그걸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지인의 대학생 딸은 중학교 때 미국 듀크대의 한 학기 생물학 강의를 모두 듣고 수료증까지 받았다. 유학을 간 것이 아니라 세계 유수의 대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무크·MOOC)를 이용했다. 지금 당장 유튜브를 검색하면 몇 년 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의 직강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비대면 강의가 대학의 미래라면 대학은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세상 대부분의 대학은 질과 양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무크·코세라(Coursera)·테드(TED) 같은 강좌에 자리를 양보하고 사라질 것이다. 대학 간판보다 문제 해결 능력을 중시하는 페이스북 같은 기업은 무크 수료증을 받은 학생을 이미 뽑기 시작했다. 물론 대학은 일방향 강의만 있고 질문이나 토론이 없는 온라인 강좌 프로그램과는 달라야 한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세계적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네르바스쿨은 그런 면에서 미래 대학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 입학하기가 하버드대보다 더 어렵다는 이 대학은 모든 강의를 온라인에서 실시간 토론을 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학생들은 세계 7개 도시에 있는 기숙사를 옮겨 다니며 함께 생활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특성을 잘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구글이 선정한 세계 최고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 내에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대학 졸업장이 주는 혜택이 점차 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변수를 추가하면 2030년 내에 전통적인 의미의 대학은 몇 개의 상징적인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없어질 수도 있다. 한국의 대학은 그러잖아도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해 자연적 구조조정을 거치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남쪽 지방부터 폐교 대학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지도 꽤 됐다. 이제는 벚꽃 피는 순서가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에 적응하지 못하는 순서로 바뀔 것이다. 단순히 비대면 강의를 넘어 학생에게 졸업장보다 더 큰 가치를 주는 대학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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