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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밀어붙이고 野 '어정쩡' 반대...행정수도 놓고 票心 살피며 득실 계산

■여야 복잡한 '행정수도' 셈법

김태년 "끝장 볼것"...TF 가동

이낙연도 "당대표 임기내 매듭"

속도전 속 여론 추이에도 촉각

김종인 "與 지지율 급락에 급조"

주호영, 위헌 해결땐 논의 시사도

대선 앞두고 충청권표 의식 관측





176석의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가균형발전’을 앞세우며 우세한 찬성 여론을 기반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행정수도 이전론 자체보다 여당이 이를 꺼내 든 시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며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대선을 1년8개월 앞두고 충청권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대표 후보인 이낙연 의원은 23일 t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행정수도 세종 이전 문제와 관련해 “내가 대표로 일하는 동안 결론을 낼 수 있다면 그게 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권 여당이 책임을 갖고 내던진 제안이니 어떻게든 살려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부동산 투기 대책이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국민의 원성이 높아지고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니, 급기야 내놓은 제안이 수도를 세종으로 옮기겠다는 얘기”라며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정부 정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MBC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당의 공식 입장이 정해진 바는 없다”며 논의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민주당이 세종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속도전’을 펼칠 태세에 돌입했음에도 통합당이 딱 잘라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하는 데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많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나 대선이 1년8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선거 때마다 사실상 캐스팅보트였던 대전·세종·충청 지역의 여론이 압도적인 찬성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충청권 표심을 잡으려다 자칫 서울과 수도권 민심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2020년은 행정수도 완성의 원년이 돼야 한다”며 “행정수도 완성이 공론화된 이상 끝을 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내에 우원식 전 원내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행정수도 완성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을 제안한 지 불과 3일 만이다.



김 원내대표는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세 가지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서는 개헌과 국민투표, 그리고 여야 합의를 통한 법률 제정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다”며 “어떤 경우든 여야 합의는 필수조건이다. 합의만 잘 되면 국가적 숙원 과제인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고 힘줘 말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대개 ‘신중론’을 유지해왔던 이 후보도 이 사안에 있어서만큼은 이례적으로 단호한 입장을 내놓았다. t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표로 당선되면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임기 내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행정수도 이전에 힘을 실었다. 그는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일이기도 하고 국민 대다수가 상당히 동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행정수도 이전이 어려우면 제2 행정수도 형식으로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통합당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제동을 걸었다. 주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관심을 돌리려고 느닷없이 행정수도 이전 얘기를 꺼낸 것”이라며 “국민이 민주당의 속셈을 모를 리가 없다. 빨리 거둬들이고 수도권 집값 폭등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단 주 원내대표는 MBC라디오 프로그램에 참석해서는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위헌 문제 해결을 제시한 뒤 그 방안으로 개헌이나 국민투표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논의 시점과 선결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반기 ‘이슈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있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이 시점에 꺼낸 것과 야당이 단호하게 반대 의사를 밝히지 못하는 것 모두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의 표심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리얼미터가 21일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행정수도 이전 찬성은 53.9%, 반대는 34.3%였다. 충청권에서는 무려 66.1%가 찬성했지만 서울에서는 찬반 의견이 42.5%와 45.1%로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영호남으로 나뉜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은 생각보다 공고하다”며 “그런 탓에 충청권은 캐스팅보트가 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이겼을 때 증명이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반대 주장도 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 표심을 의식하고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꺼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충청권 표심을 얻으려다가 더 큰 수도권 표심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이뤄진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 (80%)·유선(20%)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활용한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4.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임지훈·김혜린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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