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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탈북자 관리도 허술…성범죄 조사 후에도 한달간 연락 안해

한달에 한번 전화·대면 '관리시스템' 작동 안해

월북 암시 제보에도 30시간 넘게 조사 안해

월북 이후 뒤늦게 출국금지 조치·구속영장 신청

국방부·국정원에 통보나 협조한 적 "전혀 없어"

강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20대 탈북민 김모씨가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27일 그가 거주한 김포 모 임대아파트 현관문이 굳게 닫혀 있다./연합뉴스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탈북민에 대한 경찰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탈북민은 중대한 성범죄 혐의를 받던 상황이었지만 담당 경찰관은 그가 사라지기 전까지 한 달 동안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의 브리핑에 따르면 탈북민 김모(24)씨는 지난 18일 오전 2시 20분께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 강화읍의 한 마을까지 택시로 이동한 뒤 하차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강화도 일대에서 군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출한 후 헤엄쳐 북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김 씨는 자취를 감추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지인인 탈북민 유튜버 A씨로부터 빌린 차량을 운전해 강화군을 찾았다가 주거지인 김포로 돌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 답사 형식으로 탈출 장소를 미리 찾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김씨는 탈북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지만 그가 사라지기 전까지 경찰의 탈북민 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북한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를 기준으로 삼아 탈북민을 가, 나, 다의 3등급으로 나눠 관리하는데 대부분의 탈북민이 위협 가능성이 낮은 ‘다’ 등급에 속한다. 다 등급의 경우 해당 탈북민을 관리하는 경찰서 보안과 소속 경찰관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전화나 대면 만남을 해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가, 나 등급의 경우 경찰관의 이러한 확인 과정 횟수가 좀 더 많은 수준이다.

김 씨의 경우 다 등급에 속해 김포경찰서의 담당 경찰관이 한 달에 한 번 김 씨와 전화나 대면 만남을 가져야 했지만 그가 사라지기 직전 한 달 가까이 담당 경찰관은 그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 씨는 지난달 12일 주거지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 달 21일 경찰 조사까지 받은 상황이어서 평소보다 엄격한 관리가 필요했지만 담당 경찰관은 김 씨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김포서 담당관이 김씨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은 지난달 21일 김씨가 성폭행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날이다.

이달 19일 오전 1시 1분 김 씨 지인인 A씨로부터 “(김 씨가) 달러를 바꿨다고 하네요. 어제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강화군 교동도를 갔었다네요”라는 내용의 제보를 받고 8시간 만인 같은 날 오전 9시 부랴부랴 김 씨에게 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김 씨의 휴대전화는 이미 꺼져 있는 상태였다. 이후 경찰은 제보를 받은 지 34시간 후인 20일 오전 11시에야 해당 제보자인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월북 암시 제보에도 30시간 넘게 조사를 안 한 셈이다.



늑장 조사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경찰 측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행적을 추적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가 성폭행 혐의로 조사받을 당시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는 “성범죄 발생 당시에는 김 씨의 월북 제보가 전혀 없었고 주거지도 분명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국방부나 국가정보원 등 관련 기관에 김 씨가 사라진 사실을 통보하거나 협조를 요청한 사실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경찰 측은 “김 씨 지인으로부터 김 씨가 성범죄 피해자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과 월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를 각각 7월 18일과 19일에 받은 뒤 20일 출국 금지하고 21일에는 구속영장을 신청해 현재 구인장이 발부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경찰 내 합동조사단을 편성하고 성폭력 사건 수사 과정이나 월북 관련 제보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 20대 탈북민 김모(24)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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