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화하는 와중에도 월가로 뛰어드는 중국 기업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유동성과 같이 미국 자본시장이 가진 장점이 양국 간 정치적 긴장감을 뛰어넘을 정도로 높게 평가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기업 수는 19곳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장 기업이 9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들 기업이 조달한 자금 또한 총 29억달러(약 3조4,695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중국 최대 P2P 대출 플랫폼 루팍스도 올해 뉴욕증시에 상장될 예정이어서 자금 규모는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루팍스는 미 기업공개(IPO)로 최소 30억달러의 자금조달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무역전쟁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총영사관 폐쇄 맞불 조치 등을 놓고 미중 간의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기업의 미 상장 열풍은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그만큼 미국의 선진화된 자본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능가할 정도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판 스타벅스’를 표방하던 루이싱커피가 회계부정 스캔들로 지난달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된 후 미 행정부는 2013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와 맺은 양해각서(MOU)를 폐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게 되면 중국 기업의 신규 상장은 한층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은 주식 거래량이 풍부한 뉴욕증시에 상장되는 것을 강하게 희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 법률회사 메이어브라운의 제이슨 엘더 파트너는 “홍콩 주식시장이 최근 상장 규정을 개혁하면서 발전을 이루고는 있지만 미국 시장은 매우 크고 깊은 유동성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뉴욕증시는 주식 회전율이 높아 IPO 이후 추가 주식 발행이 쉽다고 FT는 덧붙였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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