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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산다"…해운업계 코피티션(협력적 경쟁) 강화

HMM, 미국 내 철도운송 협력사

같은 동맹기업 거래사와 새 계약

경쟁 속 협력하며 비용 크게 줄여

해운 외 환경규제·IT도 머리맞대





2M·오션얼라이언스·디얼라이언스 등 글로벌 해운동맹들의 결속이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해운 노선과 선박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철도·도로 등 내륙 물류에서도 협력하며 서비스 질을 고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해운동맹들은 올해부터 강화된 환경규제를 비롯해 정보통신기술(ICT) 변화에도 공동으로 대응하며 ‘코피티션(coopetition·협력적 경쟁)’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HMM(011200)(옛 현대상선)은 30여년간 거래해온 미국 내 철도운송 협력업체 BNSF레일웨이에 결별을 선언했다. 대신 HMM은 같은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 속해 있는 선사 하팍로이드, ONE과 거래하는 업체인 유니언퍼시픽레일로드와 새롭게 계약을 맺었다.

해운업계에서는 HMM의 결정을 내륙물류 협력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이러한 미주 내륙물류 협력을 통해 각 선사들이 얻게 되는 비용 절감액이 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HMM 관계자는 “해운동맹 회원사들과 내륙물류 협력을 확대하면서 물류 흐름이 개선됐다”며 “수송 시간 조율이 원활해지면서 비용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본업 이외의 영역으로도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사들은 화주·항만·선박금융 등의 기관들과 공동으로 협력체를 만들었다. 세계 1위의 해운기업인 머스크를 비롯해 에너지기업 셸, 시티은행 등 해운산업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글로벌기업과 단체 130여곳이 가입한 탈탄소연합(Getting to Zero Coalition)의 경우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머스크라인과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IBM이 공동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트레이드렌즈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트레이드렌즈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을 적용해 모든 참여자가 물류정보와 무역 관련 서류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컨테이너 온도와 무게는 물론 선박 도착시간, 선하증권(BL) 등의 모든 해운물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선사들의 잇따른 가입으로 세계 해상물동량의 절반 이상이 트레이드렌즈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동맹들의 협력은 이전까지 해상에 머물러 있었다. 해운동맹끼리 노선과 선박, 항만, 영업 네트워크 등을 서로 공유하면서 새 선박을 사지 않고도 다른 해운사 배나 공간을 빌려 화물을 보냈다. 이런 협력이 운영 효율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체감한 선사들이 다른 영역에서도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선대의 공동운항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서비스 질이 높아졌다”며 “나아가 터미널 이용에 있어서도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2011년의 교훈이 동맹의 결속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해운업 불황 속에서 선사들은 동맹을 무시하고 인정사정없는 ‘치킨 게임(죽기살기식 경쟁)’을 벌였다. 선박 공급 과잉으로 운임이 폭락했고 많은 선사가 직격탄을 맞았다. 한진해운이 파산한 것도 치킨게임의 여파 때문이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선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도 ‘제 살 깎아 먹는’ 격의 경쟁을 자제하고 일제히 감편에 나서며 운임 급락의 충격을 완화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이 경쟁 또는 협력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에 구애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병욱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빅데이터연구 센터장은 “해운업계가 경쟁과 협력을 통합한 개념인 ‘코피티션’에 기반해 고객과의 접점에서 운임과 서비스 질로 경쟁할 것”이라면서 “동맹과 다양한 협력체를 통해 서비스 생산 부문의 효율화를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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