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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기 미투' 피해자 "'꽃뱀'이라는 악플 쏟아져…박원순 명복 빈 피해자, 가슴 아팠다"

배우 고 조민기의 빈소가 지난 2018년 3월 9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청주대 연극학과 학생들에 대한 성추행 혐의가 불거져 사과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조민기의 피해자들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2차 가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들은 “정말 매일같이 24시간 ‘미투가 사람을 죽였다’는 댓글을 보고 있으면 ‘아 정말 나 때문에 죽은 것일까’라고 까지 생각이 흐른다”며 끊임없는 ‘2차 가해’에 대한 고통을 호소했다.

30일 전파를 탄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투 사건을 다루면서 배우 조민기의 미투 피해자들을 직접 만났다.

당시 청주대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던 조민기는 지난 2018년 3월 청주대 연극학과 학생들이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면서 미투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후 그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경찰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해 세상을 떠났다.

조민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한 피해자는 이날 방송에서 “조민기의 사망 소식을 들은 그날이 정확하게 기억난다”며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내게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를 꼽으라면 그의 사망 이후 나의 일상”이라고 토로했다.

피해자 A씨는 “(당시) 조민기는 수업 중에 디렉팅이랍시고 허벅지 안쪽을 만졌고, 그걸 피하면 주먹으로 때렸다”며 조민기에게 당했던 성추행 피해를 설명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손을 잡고 다리를 만지고 등을 쓰다듬었다”며 “‘너는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나봐야 한다’, ‘나를 이용해서 그런 것들을 연습해봐라’ 이런 식으로 말하는 행위들이 4년 내내 있었다”고 말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피해자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 촉구 요청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들은 조민기 사망 이후에도 ‘2차 가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악플 내용은 다 똑같았다”며 “꽃뱀이라고 했다. 그놈의 꽃뱀”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2차 가해자들은) ‘궁금한 게 있는데, 죽으니까 기분이 어때요?’ 이렇게도 물어봤다”며 “그래서 ‘어... 허무하죠’ 그러고 그냥 도망쳤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끝났네요. 고생 하셨습니다’라는 그 많은 말들이 제일 억울하고 답답했던 거 같다”며 “가해자가 자살하고 나서 ‘내가 죽어야 사람들이 우리말을 믿을까?’(그런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2차 가해자들에 대한 고소도 고려해봤다고 한다. A씨는 “2차 가해 고소를 하기 위해 자료를 다 수집했었다. 자료를 모으려면 하루에도 몇 백 개, 몇 천 개씩 댓글을 다 읽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결국 2차 가해자들을 고소하지 않았다. ‘또 누가 죽으면 어떡하지?’라는 이런 (두려운)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조민기가 사망하고 나서) 제일 먼저 본 댓글은 ‘청주대 X들 이제 파티 하겠네’라는 글이었다”며 “그가 죽길 바라서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닌데, 왜 그가 사라져서 우리가 행복해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지금 내 인생에서 이 사람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고 이 생각만 하고 있다. 근데 어떻게 우리가 지금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

조민기 사례처럼 성추행 혐의가 불거진 뒤 가해자가 사망하면서 공소권이 사라지게 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미투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씨는 “고 박원순 시장 사건들의 댓글들, 여론들을 지켜보면서 ‘참 똑같구나. 어떻게 그때나 지금이나 저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왜 저렇게 많을까’(라고 생각하며) 화를 넘어서 너무 의아하고 이상했다”며 “아직도 (일이 터지면) 곧바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말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장을 들었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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