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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불신과 맹신에 대한 유감

조상인 문화레저부 차장





“지금 시점에서 주식은 위험하고 부동산은 규제하니, 돈 갈 곳이 금(金)과 미술품밖에 없죠.”

수년간 국내외 예술시장을 지켜봐온 한 경영학자가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세계 각국의 정부가 돈 풀기에 나서 유동성은 좋아졌으나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금값과 그림값이 나날이 치솟고 있다.

세계적 경매회사인 크리스티는 지난달 10일 홍콩에서 시작해 파리·런던·뉴욕으로 시간대를 바꿔가며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한 경매를 통해 4시간 만에 4억2,094만달러(약 5,050억원)어치의 그림을 팔아치웠다. 미국 화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누드화 한 점은 추정가를 훨씬 넘어선 4,624만달러(약 555억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단색화’ 작가와 비슷한 세대이며 모노크롬 회화로 유명한 1938년생 미국화가 브라이스 마든이 그린 구불구불한 선의 추상화는 화가의 종전 경매 최고가 기록을 3배나 넘어선 3,090만달러(약 368억원)에 팔렸다. 일주일 먼저 사상 첫 온라인경매를 진행한 소더비는 3억6,320만달러(약 4,355억원)어치의 작품 거래를 성사시켰다.



국내 시장 상황은 좀 다르다.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의 올 상반기 매출이 2년 전(1,030억원)의 절반 수준, 지난해(826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489억7,000만원으로 급락했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가 문화예술 분야에 미친 영향’에 따른 시각예술 분야 피해액이 약 666억원이라는 사실은 화랑가에 나가면 쉽게 체감할 수 있다. 현장경매를 온라인경매로 대체해 전체 매출이 감소한 것은 외국 경매회사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문제는 한국 작가가 우리나라 안에서도 힘을 못 쓴다는 점이다. 일부 블루칩 작가군을 제외하면 거래가 얼어붙었고 초고가 작품 거래는 위축됐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경매 관계자는 “2007년을 전후한 미술 시장 호황기 때 ‘유망하다’고 기대를 모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값이 ‘거품’으로 확인된 후 ‘학습효과’를 가진 컬렉터들이 신뢰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미술에 대한 불신, 해외 작가에 대한 맹신은 심각하다. 한 외국계 갤러리는 지난해 전 세계 지점별 매출에서 서울 분점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달리 해석하면 국내 미술 수요가 외국으로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해외 대형 갤러리들이 서울에 분점을 내고 아트바젤과 프리즈 등 세계적 아트페어가 국내 개최를 타진하는 것도 한국 미술 애호가들의 왕성한 구매력 때문이다.

K방역으로 세계적 위상을 제고했고 민첩한 온라인 대응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이 K아트를 ‘한류’로 정착시킬 적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19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3차 추가경정예산의 45%에 해당하는 759억원을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했다. 전국 228개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술인 약 8,500명이 참여할 수 있다 하니 ‘단비’ 같은 지원이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술계의 BTS(방탄소년단)’를 키울 과감한 투자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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