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가 오는 2학기 수업 가운데 수강생 50명 이하의 전공강의를 모두 대면강의로 실시하기로 하면서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밀집된 공간에서의 대면수업을 강행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면 또는 비대면수업을 고를 수 있도록 한 타 대학들과 달리 학생들의 선택권을 박탈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6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지난 3일 교무위원회에서 ‘2020학년도 2학기 학부 수업방식’을 논의한 결과 정원 50명 이하인 모든 전공수업에 대해 대면강의를 실시하기로 했다. 정원이 50명을 넘는 전공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담당교수의 사전신청이 있으면 정원 50명을 넘더라도 단과대학장의 허가 아래 대면강의를 허용하기로 했다.
학교 측의 이 같은 방침에 학생들은 강의방식을 선택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전공수업의 경우 사실상 무조건 대면강의를 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외대는 외국어 전공수업이 많은 학교 특성상 50명 이하의 소규모 강의가 많다. 외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2학기 개설되는 전체 강의 중 69%가 정원 50명 이하 소규모 강의라 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재학생 박모(19)씨는 “이중 전공이 언어 관련 전공인 학생들까지 포함하면 거의 전교생이 등교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또 학교 측이 정한 대면강의의 기준인 정원 50명도 타 대학들과 비교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양대와 경희대 등은 대면수업 기준을 정원 20명 이하 강의로 한정하고 있다. 20명 이하 강의는 소수에 불과해 일부 학생들만 대면수업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외대와 달리 고려대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은 학생이 대면과 비대면 방식 중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외대 재학생 장모(21)씨는 “대면강의는 학생 수와 상관없이 한 명이라도 반대한다면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며 “마스크를 턱에 걸쳐 쓰는 등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통제할거냐”고 우려했다.
외대 총학생회도 학교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총학생회는 지난 4일 교무처를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코로나19의 학내 발생 시 대응 매뉴얼과 일일 예상 체류인원 및 대면수업에 대한 방역지침을 구체화해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다른 학교들처럼 대면과 비대면수업 중 학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다음 주가 수강신청이기 때문에 당장 급한 것부터 대응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외대 측은 2학기 운영방안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외대 관계자는 “대면강의 진행방안 자체가 큰 틀에서 바뀔 가능성은 적다”며 “다만 1차 공지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 확진자 발생 시 대응체계, 강화된 방역수칙 등 세부 내용에 대한 추가 공지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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