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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美 증시에 영향 없다…15일 무역회담이 관건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무역회담 결과 앞으로 방향 가늠할 수 있을 듯

선거 앞둔 트럼프, 새 결심 땐 파장 커질 수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부. 넘치는 유동성은 미중 갈등을 비롯한 주요 리스크가 증시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 이유다. /AP연합뉴스




갈수록 첨예해지는 미중 갈등이 증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금까지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지난 5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한다고 했을 때나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을 폐쇄해도 증시는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포함한 11명 제재에 중국이 미국 상원 의원을 포함한 11명에 보복을 했어도 10일(현지시간) 증시는 최소 미중 문제로 쇼크를 겪지는 않았습니다. 나스닥은 다소 떨어졌지만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올랐죠.

넘치는 유동성이 뒷받침...기업파산이 더 큰 문제
세계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이날 미 경제방송 CNBC에 나와 미중 갈등을 포함한 시장의 리스크를 묻는 질문에 “시장이 이 모든 걸 무시할 수 있는 좋은 이유가 있다”며 “시장은 믿을 만한 충분한 유동성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을 탈선시킬 수 있는 것은 미중 긴장이나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정치적 차이가 아니라 기업도산”이라며 “이것이 시장을 탈선시킬 수 있는 것이며 반면 다른 기술적인 요소들이 시장을 떠받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장기적으로 실업과 기업부도를 걱정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10.2%로 전달에 비해 0.9%포인트 내려갔지만 여전히 두자릿수입니다. 이 같은 실업은 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증시와 경제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에 비하면 넘치는 유동성에 앞으로도 웬만한 미중 갈등은 증시에 별다른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같은 맥락에서 대선 리스크도 증시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게 에리언 자문의 분석입니다.

파산을 중시하는 그의 생각은 지난달 ‘3분 월스트리트’ 코너에서 전해드린 짐 밀스테인의 의견도 같습니다. 금융위기 때 재무부에서 수석 구조조정관을 지낸 짐 밀스테인은 “우리가 관리를 하지 못한다면 3·4분기 말께 파산 물결이 밀려올 것”이라며 “9월과 10월은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요. 미국 파산연구소(ABI)에 따르면 올 4~6월 미국 내 파산보호 신청 기업은 1,891개로 전년보다 40% 증가했습니다.

중국 사업비중 큰 애플은?
물론 애플처럼 중국 사업 비중이 큰 기업은 지금과 같은 미중 갈등이 영향이 클 수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위챗의 경우 중국 내에서는 국민 메신저로 쓰이고 있습니다. 위챗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되면 상당 수 중국 고객들이 아이폰을 쓸 이유가 사라지게 됩니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위챗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아이폰을 잃을 것인가’라는 이름의 기사에서 중국의 아이폰 고객들이 미국 정부의 제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죠.

월가의 시각은 다른데요.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 다니엘 아이브스는 애플의 주가 목표를 475달러에서 515달러로 올리고 강세장시 6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1.45% 오른 450.91달러로 마감했는데요. 그는 “전세계적으로 아이폰 업그레이드 수요가 3억5,000만대이며 이중 20%가 중국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 몇 달 동안 중국 지역으로부터 상당한 수요 강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6~9개월가량 계속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위챗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요. 그는 “계속 이슈가 될 것이지만 중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에 위챗을 막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습니다. 기술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대중 제재, 그동안 실질적 파괴력 없어
올 초 1단계 무역합의 이후 두 나라의 갈등과 미국의 제재가 실질적인 파괴력이 없었다는 점도 시장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홍콩의 특별지위를 상실하면 관세가 폭등하고 국제금융 시장에 큰 소용돌이가 일 것처럼 많은 매체들이 보도했는데 어떻습니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지금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수차례 전해드린 바 있지만 장기적으로 홍콩의 매력이 감소할 수는 있어도 당장 뭐가 어떻게 되는 게 아닙니다.



특히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1단계 무역합의를 지키면서 중국 때리기를 지속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을 펴왔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이 같은 전략이 유지돼 왔습니다.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한 것도 파급력과 향후 전개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기도 합니다. 중국 공산당 핵심지도부는 놔둔 채 ‘얼굴마담’인 케리 람 장관을 제재한 것도 그렇습니다.

지난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두 나라가 말폭탄을 주고 받았지만 금융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해 보복한다는 주장은 황당한 접근이었음이 입증되기도 했죠. 물론 미국의 회계기준을 지키지 않거나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는 중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겠다는 게 미국 정부 입장이지만 증시에 미칠 영향은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트럼프, "1단계 무역합의 별 의미 없다"...15일 무역회담 주목해야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1단계 무역합의가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1단계 무역합의의 이행상황을 다루는 15일 회담을 앞두고 나온 것이죠. 아직 깨겠다는 말은 없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중국을 추가로 압박하고 자신의 요구 수준에 안 맞으면 합의를 깰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PIIE에 따르면 무역합의에 따라 중국은 올해 미국상품을 1,727억달러어치를 사기로 했고 6월 기준 목표치는 863억달러였지만 현재 402억달러 상당의 물품만 수입했습니다. 이행률이 46.5%입니다.

애매한 숫자입니다.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수치죠.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지지율이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깨는 게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면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최근 더힐이 “트럼프 대통령이 1단계 무역합의 파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제재 속에서도 중국을 배려해왔다. 선거가 3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지지율이 크게 뒤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금이 그동안의 관계를 뒤흔들 수 있는 시점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를 고려하면 15일 있을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회담이 앞으로 미중 갈등과 무역합의의 방향을 점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라도 매일 상황을 보고 받을 테니 트럼프 대통령이 폭탄발언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 쓸 수 있는 가시적인, 더 큰 것을 요구하고 있을 테고 중국은 찔끔찔끔 수입을 늘리면서 시간을 끌려고 할 테죠. 합의 이행률이 50%가 안 된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판을 깰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가 “큰 의미가 없다”고 한 이유기도 하구요.

지난 6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하와이 회담을 통해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확인했습니다. 15일 회담은 이 약속이 대선 전까지 갈 수 있는지를 알게 해줄 겁니다. 만약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결심을 한다면 그때부터는 증시에 본격적인 타격이 올 수도 있겠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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